美 "러, 핵무기 폐기 조약 위반"
미국이 러시아의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 위반 사실을 천명하며 양국 고위급 회담을 공식 요청했다. 유럽연합(EU)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추가제재를 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반군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과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 등으로 점증해 온 미·러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미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최근 러시아의 신형 순항미사일 발사시험에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가 미국과 옛소련이 1987년 체결한 INF 조약의 명백한 위반이라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29일 상세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도 내놓을 예정이다.
INF 조약은 사거리 500∼5500㎞의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보유, 시험발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냉전 시기 양측 군비경쟁을 종식하는 중요한 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미 당국자는 "러시아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미 2008년 이 조약을 깨고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것으로 파악했으나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외교 채널을 통해서만 유감을 표시했다. 미국은 2011년 러시아의 조약 준수 여부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2013년 5월에야 러시아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몇개월간 외교안보 분야 고위급 회의 등에서 이 사안을 집중 검토한 끝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기로 결론을 냈다고 NYT는 전했다. 그간 유보적 태도를 뒤집은 미국의 이번 결정을 두고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 BBC방송은 "양국 사이에 수년간 잠복해 있던 (INF 조약 위반) 문제를 미국이 공적 영역으로 끌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세르게이 이바노프 실장은 "왜 다른 나라들이 전부 이 정도 급의 미사일을 생산하는데 러시아와 미국만 안 된다는 것인지 자연스런 의문이 든다"며 "조약이 이미 실효성을 잃었다"고 반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4개국 정상들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갖고 러시아에 대해 더욱 강력한 제재를 하기로 합의했다.
유태영 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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