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사상 최악의 분기 실적' 현대重, 대형 프로젝트 난항 탓

이인준 2014. 7. 2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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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현대중공업이 야심차게 추진해 온 '세계 최대',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내건 조선·해양플랜트들이 난항을 겪으면서 초유의 위기 사태로 내몰렸다.

29일 회사측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에만 1조1037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입으며 사상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실적 악화에 대해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형공사의 공정지연과 5000억원 규모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은 데 따른 비용증가로 영업손실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영업적자의 절반 이상이 공사손실충당금에서 비롯된 셈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야심차게 수주한 '세계 최초', '세계 최대'의 타이틀을 보유한 조선·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다. 현대중공업이 타이틀에 집착하다 자승자박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9년 10월 수주한 호주 고르곤(Gorgon) 프로젝트는 가로 70m, 세로 40m, 높이 75m 크기의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설비 50여 개를 생산하는 총 20억6000만 달러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다.

원래대로라면 고르곤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 종료됐어야 했다. 하지만 선주사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 설계 변경이 반복됐고 결국 건조 지연으로 이어졌다.

현재 울산조선소 해양공장에 납품되지 못한 모듈이 쌓여 있어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도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르웨이 지역 선주사들로부터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들도 선주사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넘어서지 못하고 줄줄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2010년 노르웨이 ENI 노르게 AS사로부터 수주한 원유 200만 배럴 용량의 세계 최대 규모 원통형 골리앗 FPSO(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의 경우에도 2개월 전인 5월말에 인도가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선주사의 추가 작업 요청에 따라 하반기로 인도 시점이 변경되면서 손실로 이어졌다.

현대삼호중공업이 2012년 노르웨이 씨드릴(SEADRILL)사로부터 수주한 세계 최대 규모급의 반잠수식 시추선(Semi-Submersible Drilling Rig)도 선주사의 까다로운 품질 요구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설계 변경이 잦아졌다. 결국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고 현대중공업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육상 플랜트 프로젝트에도 문제가 생겼다.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수주한 제다 사우스(Jeddah South) 프로젝트와 슈퀘이크(Shuqaiq) 프로젝트 등이 당초 계획보다 인건비 등 비용이 상승하면서 고스란이 손실로 잡혔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현대중공업에서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프로젝트들이 많다보니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며 "까다로운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일부 해양 프로젝트에 대해 선주사와 납품 계약금액을 협의 중이다.

골리앗 FPSO의 경우 수주 당시 11억 달러로 계약했지만 최근 20억 달러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르곤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선주사측과 계약금액 조정을 협의 중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주사측과 계약금액 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진다면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공사손실충당금을 하반기 경영실적에서 일부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임원들이 급여의 일부를 반납하는 등 경영위기극복을 결의한 데 이어 실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현황설명회를 열어 경영 위기 상황에 대해 임직원들에게 알리고 인력, 조직, 제도 개편을 예고한 상태다.

또 수익성 우선의 영업으로 경영 전략을 급선회하고 현재 추진 중인 발주처와의 계약도 일부 변경하는 등 손실 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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