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싸게 사려다 된통 당했어요"

인터넷뉴스본부 김경희 기자 2014. 7. 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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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폰 노리는 고객 등치는 '페이백 사기'

# 대구 북구 북현동에 사는 김모(여)씨는 시내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정부의 각종 규제 때문에 현재는 한 달 뒤 보조금에 상응하는 27만원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페이백 형태로 바뀌었다"는 안내를 받고 최신형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페이백(Pay Back) 대가로 3개월간 불필요한 고가요금제와 부가서비스를 이용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보조금을 환급하지 않았다. 급기야 대리점 측은 "가입한 서류가 사라지는 바람에 계약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보조금 지급이 불가능하다"고 태도를 바꿨다.

# 충남 청양군에 사는 이모(여)씨는 얼마 전 대전의 통신사 대리점에서 지원금 55만원을 두 달 후 입금해 주는 조건으로 번호이동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 입금이 안 돼 가입신청서에 적혀있는 연락처로 수차례 전화했지만 불통이었다. 통신사 고객센터를 통해 이미 폐업했다는 걸 확인한 이씨는 "공짜나 다름없이 구입했다고 기뻐했는데 이런 사기를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의 주모씨는 지난해 말 "두 달 후 지원금 55만원을 지급한다"는 대리점 직원의 약속을 믿고 휴대전화를 개통했지만 대리점 영업사원은 현재 연락두절 상태다. 사용하던 단말기마저 10만원을 보상받기로 하고 넘긴 상태라 피해금액은 60만원이 넘는다. 주씨는 "문제의 영업사원에게 당한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명의까지 빌려 개통해 단말기 팔고 영업실적까지 다 챙겨 잠적했다"며 기막혀 했다.

불법 보조금인 페이백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페이백은 통신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개통 시 법정 보조금 27만 원 이상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정부 규제가 강화되자 서류상으로는 정상가로 판매한 것처럼 꾸민 뒤 1~3개월 뒤 추가 보조금을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의 불법 보조금이다. 계좌로 현금 입금하는 대신 할부원금 자체를 한 달 뒤 전산상으로 조정해 주는 전산수납 역시 페이백의 또 다른 형태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총 216건의 페이백 민원이 제기됐다. 2012년에 76건, 2013년에 98건이 접수된 걸 감안하면 4~5배 가량 민원이 늘어난 셈이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계약서 기재 여부를 빌미로 말 바꾸기가 98건(45.3%)으로 가장 많았고 ▲온오프라인 대리점 폐업 67건(31.0%) ▲요금제 의무사용기간 등 페이백 지급조건 임의 변경 48건(22.2%) ▲영업사원의 횡령 3건(1.3%) 등이 뒤를 이었다.

평균 피해액은 40만~50만원이었다. 페이백으로 돌려받지 못하면 단말기 값(40만원)에 불필요한 비싼 요금제 3개월 유지 및 부가서비스 추가로 지출되는 비용 10만원가량을 합한 액수다.

'123대란' '211대란' 등 올 초 통신3사의 영업정지를 앞두고 불법 보조금이 기승을 부렸을 때도 대리점들은 페이백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꾀었다.

이처럼 페이백 피해가 봇물을 이루는 건 대리점들이 고의로 페이백을 약속한 뒤 폐업 처리로 '먹튀'를 하거나 말을 바꾸더라도 페이백 자체가 불법이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판매점이 위치한 해당 시군구청에 문의하거나 관할 경찰서에 직접 신고하는 것이 전부다.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이 없다 보니 대량 피해가 아닌 경우 피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고 법적 소송을 하려 해도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또한 계약 즉시 적용받아 가입 조건을 확인할 수 있는 보조금과 달리 페이백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개월 이상 흐른 뒤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14일 이내 계약 해지' 등 초기 대응을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조금 상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27만원인 휴대폰 보조금 상한선을 오는 10월부터 25만~35만원 한도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 조정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꾸기로 했지만 페이백 피해가 줄어들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통신3사와 관련부처는 현재의 보조금 규제가 오히려 음성적인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현실성을 반영한 보조금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변칙적 운영을 하는 영업점뿐만 아니라 통신사에 최종 책임을 묻는 구조로 바뀌어야 페이백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뉴스본부 김경희 기자 gaeng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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