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단원고 아버지들 걸어서 팽목항까지 "아이들 다 나오길 바랐는데.."

주상돈 2014. 7. 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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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아이들이 다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400㎞를 걸어서 왔는데 너무 죄송합니다."

28일 오후 노란 깃발을 든 30여명의 도보 순례단이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이날 순례단은 그동안의 도보 순례단과 달랐다.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들의 아버지 2명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단원고 학생 고(故) 이승현, 김웅기군의 아버지들인 이호진, 김학일씨는 지난 8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를 출발했다. 이들은 20여일 동안 400㎞를 걸어 27일 실종자 유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 체육관에서 도착했다. 여기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 온종일 퍼붓는 빗속에서 12시간을 꼬박 걸어 24㎞가량 떨어진 팽목항에 다다랐다. 이들은 아들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보다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먼저 드러냈다.

김씨는 "20일 동안 걸으면서 제발 모두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기도했는데 너무 죄스럽다"며 "우리의 기도와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분향소에 있을 때는 사고 원인과 대처에 대해 너무 화가 나서 그런 생각을 못했다"며 "하지만 여기 오면서 아들 시신을 수습해 병원으로 옮기고 화장하고 묻었던 일들이 떠올라 웅기 생각이 더 간절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도보순례를 처음 제안한 이씨도 "웅기나 승현이나 우리가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자신들을 생각하는 가족을 보며 웃었을 것"이라며 먼 바다를 조용히 응시했다.

이들의 도보 순례 여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9일 사고 해역 방문해 미사를 올린 뒤 30일에는 온 길을 다시 걸어 돌아간다. 이 때 한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는 일정도 계획하고 있다.

이씨는 "많은 분들이 힘을 내도록 기운을 북돋워 주셔서 먼 길을 무사히 올 수 있었다"며 "돌아가는 동안에는 아직 바다에 남아 있는 아이들도 꼭 돌아오고 진상 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도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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