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경제팀 경제정책 방향]임금·배당 높이면 감세.. 대기업·대주주에 수혜
최경환 경제팀이 24일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방안'은 기업이 임금을 올리고 배당을 늘리며 과감한 투자에 나서도록 세제 유인을 주는 것으로 요약된다. '기업에 부담을 주면 안된다'는 최 부총리의 지론이 반영돼 세제 '페널티'보다는 '인센티브'에 더 무게를 뒀다.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를 살리고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들 정책으로 인한 가계소득 증가분은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현재 쌓여있는 유보금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대책이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기업이 임금을 올리면 세제 지원을 하는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오는 2017년 말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운용키로 했다. 당해연도 평균 임금이 최근 3년 평균 임금상승률 이상으로 증가한 모든 기업에 대해 초과분의 10%(중소기업 기준)를 세액공제 해주기로 했다. 대기업의 세액공제 비율은 5%로 중소기업보다 낮게 정했다. 평균 임금을 산정할 때는 임원과 고액 연봉자 등의 임금은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세제를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은 임금 인상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내수 침체의 원인은 저소득층의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데 있다. 저소득층은 임금이 조금만 올라도 같은 비율만큼 소비를 늘리지만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 노동자는 임금이 올라도 그만큼의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76만원으로 대기업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455만원)의 62% 수준이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한국 전체 임금 노동자의 87.7%인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재부는 기업이 앞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일정 수준 이상 인건비·투자 등의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아닌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이 당해연도 이익의 일정 부분을 2~3년간 투자·임금 증가·배당에 활용하지 않으면 법인세를 부과할 때 추가 과세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전에 축적된 사내유보금에는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이중 과세'라는 기업의 반발을 우려한 것이다. 현재 국내 10대 그룹이 보유한 사내유보금은 지난 6월 기준 477조원에 이른다.
기업의 배당을 촉진하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도 8월 중 마련된다. 배당이 촉진될 수 있도록 배당의사 결정을 하는 대주주에게 배당 시 세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소액주주에게는 저율의 분리과세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소액주주에 대한 배당을 높여 가계소득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지만 배당 증대의 혜택은 외국인투자자, 법인, 고소득자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의 32.9%, 일반 법인은 24.1%, 기관투자자는 16.1%, 개인은 23.6%를 소유하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가계소득 증대 방안이 가계소득 전체를 늘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현재 문제가 되는 부채 많고 임금 적은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가계 가처분소득을 올려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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