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만 있는 노동3권]정태욱 보워터코리아지회장 "가진 돈 압류당하고 닥치는 대로 일, 궁핍·고립.. 이 땅서 사는 게 버겁다"

박철응 기자 입력 2014. 7. 24. 22:09 수정 2014. 7. 2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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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버틸 겁니다. 버텨야 하는데…. 참 힘이 들긴 합니다."

금속노조 보워터코리아지회는 한때 146명에 달했던 조합원 수가 해고자들을 포함해 30명가량으로 줄었다. 노조 간부들의 해고와 손해배상·가압류가 직격탄이 됐다. 정태욱 보워터코리아지회 지회장은 24일 "손배·가압류는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수단이었다. 가진 돈을 모두 빼앗기는 걸 보면 당연히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노조와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말 미국의 보워터사가 한라제지를 인수해 설립했다. 정 지회장은 "2007년부터 회사가 조합원 성향을 일일이 분석하고 유언비어를 유포하며 노조 탈퇴 공작을 벌였고, 그 일환으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모두 8000만원가량의 가압류가 집행됐다. 재직 중에 임금의 절반을 떼였고 2010년 말 다른 노조 간부들과 함께 해고될 때 퇴직금을 송두리째 압류당했다. 본인 명의 승합차도 마찬가지였다. 정 지회장은 "공사장 일, 택시 운전, 무인호텔 청소 등 닥치는 대로 해야 했다. 꿀·제습기·에어컨 영업도 많이 해봤지만 자본금이 없으니까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무엇보다 멀어지면 결국 패배하는 현장 싸움을 제쳐두고 (생계를 위해) 일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회사와 벌이고 있는 각종 소송의 법률 비용도 내기 버거운 형편이다.

경제적 궁핍만큼 힘들게 하는 것은 마음의 상처다. 정 지회장은 "믿었던 후배들이 하나 둘 떠나갈 때 배신감이 컸지만 힘든 것을 아니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힘든 모습만 보이게 되니 가까운 친지나 지인들과도 멀어졌다. 사회적 고립감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정 지회장은 "회사는 돈이 있으니까 유명 노무법인까지 동원해 식물노조로 전락시켰고, 돈이 없는 노동자는 해고와 손배 때문에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다. 사법부를 믿기도 어렵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일이 너무 버겁다"고 말했다.

<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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