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하던 영국도 2300억원대 무기 계약.. 러시아 추가 제재 발목 잡는 건 '돈'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과 관련해 유럽연합(EU) 국가들 중 가장 강경하게 러시아 제재를 주장하던 영국이 뒤로는 러시아와 2000억원대 무기 계약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U 국가들이 "여객기 피격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며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대러 제재가 지지부진한 것은 러시아와의 밀접한 경제관계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가디언은 22일 영국 하원 무기수출통제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해 "영국 정부가 러시아에 총 1억3200만파운드(약 2311억원) 규모의 무기를 수출해온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 3월 이후로 러시아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영국 경제는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러시아의 신흥재벌 '올리가르히'가 지난해 1억8000만파운드(약 3153억원)를 영국 부동산 시장에 쏟아부었다. 또 런던 증권거래소에는 러시아 기업 113개가 상장돼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런던에서 러시아 자본의 영향력은 매우 강하다"고 전했다.
게다가 영국은 러시아에 상륙함을 수출하겠다는 프랑스를 비난해왔던 터라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프랑스는 2011년 상륙함 두 척을 12억유로(약 1조6600억원)에 판매키로 러시아와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프랑스가 여객기 피격 사태에도 불구하고 수출 강행 입장을 밝히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르몽드는 "프랑스를 비난하던 영국이 정작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EU 국가들이 말로는 제재를 외치면서도 실제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러시아와의 밀접한 경제적 관계 때문이다. 프랑스와 영국뿐 아니라 독일과 이탈리아도 경제적으로 러시아와 가깝다. 피격 참사로 가장 많은 피해자가 나온 네덜란드도 러시아의 주요 교역국 중 하나다.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경제장관은 "러시아에 더 강한 제재를 할 경우 모든 면에서 유럽 경제는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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