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칼잡이' 崔검사장 퇴장, 檢 후폭풍 만만찮아

박준호 입력 2014. 7. 24. 18:55 수정 2014. 7. 2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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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수사 차질 불가피…장관·총장 거취도 영향 줄 듯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개인 비리를 수사한 검찰 지휘부가 일괄 사표를 내 검찰 안팎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4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을 총괄 지휘하는 최재경 지검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김회종 제2차장검사와 정순신 특수부장, 주영환 외사부장 등 수사의 실무를 주도하는 핵심 간부들도 사표를 제출했지만 최 지검장은 반려했다.

◇여론 악화 부담 느낀 듯…수사동력 잃나

이날 최 지검장의 갑작스런 사퇴는 국민적 관심이 큰 중요한 사건에서 헛발질, 무능, 부실수사 등의 오명과 뭇매를 맞자 검찰 내부의 부담을 덜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벼랑 끝에 몰린 수사팀의 최고 수장이 '실패'에 상응한 책임을 지기 위해 총대를 메고 물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 전 회장이 한 달 전 변사체로 발견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검찰에 대해 사회적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사표를 내고 서둘러 '봉합'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된다.

최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에 올린 '검찰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수사 과정에서 잘못된 일이 있다면 오로지 지휘관인 제 책임"이라며 사실상 유 전 회장에 대한 검거작전 실패를 인정했다.

검찰은 '유병언 사건'에서 초동 수사 실패에 이어 검경 수사 공조 미흡, 유 전 회장 부자(父子) 신병확보 난항 등의 잡음을 일으키며 3개월을 넘은 수사가 갈수록 표류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을 이끄는 최 지검장의 사표는 위기를 오히려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당장 최고 결정권자인 지검장의 부재로 차장검사-부장검사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지휘라인이 끊겨 수사에 혼선을 볼러 올 수도 있다.

만약 다른 대체할 만한 검사장을 투입하더라도 3개월간 꾸준히 이어져온 수사 경과나 흐름 등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해 앞으로 남은 수사의 방향타를 제대로 잡고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장남 유대균(44·지명수배)씨 등 유 전 회장 가족·측근에 대한 사법처리와 차명·은닉재산 추적의 속도가 떨어지거나 자칫 제동이 걸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반면 검찰 일각에서는 최 지검장이 특별수사팀을 총지휘한 책임자인 만큼 사퇴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다만 수사팀의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이 시점에서 당대 최고의 칼잡이로 불린 최 지검장의 '퇴장'은 수사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최 지검장은 사퇴를 만류하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홀가분한 마음으로 검찰을 떠나겠다"고 했다.

그는 "특수검사로 거악과 싸운다는 자부심 하나 갖고 검찰의 전장을 돌고 돌다 보니 어느덧 젊은 검사의 꿈과 열정은 스러지고 상처뿐인 몸에 칼날마저 무뎌진 지금이 바로 떠날 때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법무장관 거취 '관심'

유 전 회장 사망에 따른 검찰 내부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최 지검장이 우선 사표를 냈지만 김진태 검찰총장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게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황 장관은 지난해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으로 한 차례 낙마할 위기를 넘긴 바 있다. 김 총장은 전임자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아들 의혹 사건을 지휘하면서 검찰 안팎에서 강한 견제를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유병언 검거 실패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검찰조직의 최고 수장인 김 총장이나 지휘권자인 황 장관에게도 화살이 돌아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사 초기 유 전 회장에 대한 혐의 입증을 자신하며 제 발로 출석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던 검찰의 안이한 생각과 수사의 최정점에 있는 핵심 인물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대대적인 검거인력을 투입하고도 한 발 늦게 쫓거나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허비한 것에 대해선 수뇌부의 책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의 무능한 정보력과 수사력에 대한 비판과 함께 경찰과의 수사공조에도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시킨 점도 검찰 수뇌부의 책임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황 장관과 김 총장은 아직 거취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모양새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씨의 검거에 국민들까지 동원된 마당에 의심스러운 변사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잘못한 일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사소한 실수로 평가할 수 있다"며 "오히려 유씨가 사망까지 이르게 된 일련의 상황들, 즉 전체적인 수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검사장급 검사는 "유씨의 시신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에는 검찰 수뇌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김 총장 보다는 황 장관의 사퇴 혹은 경질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새롭게 2기 내각을 구성해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재보궐 선거가 끝나는 대로 황 장관을 교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총장이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데다 전임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6개월 만에 중도하차한 점을 고려하면 검찰총장을 교체할 경우 재임기간이 짧은 '단명(短命)' 총장에 대한 부담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총장을 바꾸게 되면 현직에서 물러난 사법연수원 15기나 고검장급인 16기에서 주요 후보군이 형성되는데 이럴 경우 기수문화를 중시하는 특성상 검찰의 연소화를 가속화시키는 점도 부담스럽다.

다만 박 대통령이 황 장관에 대한 신뢰감이 상당한 만큼 장관 대신 총장을 교체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날 야권에선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김 총장에 대한 경질을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유병언 문제는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이 책임져야 한다" 김 총장과 황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통합진보당은 "국민을 우롱한 검경의 행태야말로 철저하게 그 진상을 확인하고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꼬리자르기를 할 문제가 아니다. 황 장관을 즉각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진보정의당은 "도망자 시리즈와 미스터리 추리극을 뒤섞은 이 드라마의 전말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설명해야 한다"며 "법무부장관은 이 블랙코미디 같은 사태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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