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을 코앞에 두고도..어이없는 검찰

2014. 7. 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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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은 압수수색에 깜깜한 정밀감식..결정적 기회 날려

눈감은 압수수색에 깜깜한 정밀감식…결정적 기회 날려

(서울·인천=연합뉴스) 박대한 손현규 기자 = 검찰이 이미 두 달여 전에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어 있던 별장을 급습하고도 부실 수색으로 결정적 검거 기회를 날려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에 따르면 유씨 검거반은 체포한 유씨 조력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 5월 25일 오후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인 '숲속의 추억'을 덮쳤다.

별장에 도착한 수사관들은 문이 잠겨 있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오후 9시 30분부터 11시 20분까지 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별장에 유씨는 보이지 않았고 유씨의 비서 노릇을 하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여신도 신모(33·구속기소)씨만 남아있었다.

신씨는 자신이 안성에 사는 미국 국적 구원파 신도인데, 요양을 위해 별장에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씨는 영어를 섞어서 쓰면서 미국식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지만 검찰은 신씨가 유씨 도피를 도운 것으로 보고 수색을 마치고 체포해 연행했다.

검찰은 수색 당시 유씨가 이미 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판단하고 이튿날 전남지방경찰청에 현장 감식을 의뢰했다. 감식은 5월 26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이상 진행됐다.

체포된 신씨는 당초 검찰 조사에서 "5월 25일 새벽 잠을 자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서 눈을 떠보니 성명 불상의 남자가 유병언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유병언이 혼자 사라지고 없었다"고 진술했다.

신씨는 그러나 한 달여가 지난 6월 26일에서야 "검찰이 (5월 25일) 수색할 때 유씨가 2층 통나무 벽 안에 있는 은신처 안에 숨어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검찰은 다음날인 6월 27일 별장 내부를 다시 수색해 내부 비밀공간을 찾아냈으나 유씨를 찾을 수는 없었다. 대신 현금 8억3천만원과 미화 16만달러가 각각 든 여행용 가방 2개를 발견해 압수했다.

신씨 말이 사실이라며 유씨는 검찰 압수수색이 종료된 5월 25일 자정이 임박한 시각부터 경찰의 정밀 감식이 시작된 26일 오후 3시 사이에 비밀공간에서 빠져나와 인근 숲으로 홀로 도망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이 유씨를 코앞에 두고도 놓쳤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부실수사에 대한 비판과 함께 검찰 수뇌부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별장에서 유씨를 검거할 수 있는 두 번의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우선 별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도 별장 안에 마련된 비밀공간을 찾지 못해 그곳에 숨어 있던 유씨를 놓쳤다.

이틀날 정밀감식이 이뤄지는 동안에도 경찰은 별장내 비밀 공간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제대로 하고, 감식 과정에서 좀더 세밀히 살폈더라면 이미 두 달여 전에 살아있는 유씨를 검거하거나 최소한 비밀공간을 확인해 곧바로 유씨를 추적할 수 있었던 셈이다.

압수수색 종료 후 검찰 수사관을 남겨놓거나 경찰에 지원을 요청했다면 유씨의 별장 탈출을 차단할 수 있었다.

김회종 차장검사는 인력을 남겨놓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유씨 조력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보면 전남 보성이나 순천의 다른 지역에 은신처를 마련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였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수사 초기에도 여러 차례 실수를 반복했다. 유씨가 종교지도자이자 기업가라는 이유로 도피할 가능성에 대비하지 못했고, 유씨가 이런 허점을 노려 달아나자 검찰은 번번이 유씨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녔다.

많은 인력을 보유해 평소 범죄자 검거나 체포에 강점을 보여온 경찰과의 긴밀한 수사 협조에도 실패했다. 경찰은 "검찰이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수사기간 내내 토로했다.

실제 신씨 진술로 유씨가 별장 내에 숨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검찰이 재수색을 벌인 것도 경찰에는 전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검찰이 유씨가 순천 별장에서 혼자 빠져나간 사실만 공유했더라도 경찰이 수색 지역을 대폭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유씨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검거의 기회를 영원히 놓친 검찰은 '최악의 수사 실패 사례'를 하나 더 남긴 꼴이 됐다.

pdhis959@yna.co.kr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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