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뒷조사' 의혹만 증폭.. 핵심 증인 불출석

2014. 7. 2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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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소희 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진은 지난해 9월 13일 사의를 표명한 뒤 서초동 대검찰청사를 떠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서초구청 XX34'의 수수께끼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22일 열린 채아무개군 개인정보 유출사건 2차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에서는 첫 공판에 이어 채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의뢰한 전화의 출처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날도 속 시원히 드러난 것은 없었다.

전날 김아무개 서초구청 OK민원센터 팀장은 지난해 6월 11일 오후 2시 46분 5초부터 135초 동안 내선 XX34번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꼽힌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를 건 사람으로 피고인 조이제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을 지목했다. 하지만 조 전 국장은 자신은 그 시각에 은행에 있었다고 반박했다. 또 김 팀장에게 정보 조회를 요청하긴 했지만, 그건 또 다른 피고인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서 오후 4시 51분 부탁문자를 받은 뒤라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 '서초구청 XX34'로는 누가 전화했을까)

'서초구청 XX34' 발신자는 여전히 불분명

이날 증인 중에는 XX34번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열쇠를 쥔 것으로 보인 인물이 있었다. 박아무개 서초구청장의 수행비서였다.

XX34번은 그의 책상과 구청장실 내 면담대기실에서 쓰는 전화번호다. 또 '그날' 박 비서는 오전에 외부 일정을 마친 뒤 오후 2시쯤 사무실로 돌아와 3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오후 2시 46분 5초쯤 자신의 자리에서 1.5m쯤 떨어진 면담대기실 전화를 쓴 사람은 기억하지 못했다. 자신이 김아무개 팀장과 통화하지 않은 데다 오고간 사람이 많은 날이어서 딱 꼬집어서 얘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임아무개 감사관의 그날 행적은 여전히 의문을 남겼다. 그는 2013년 6월 11일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 세 차례에 걸쳐 또 다른 피고인 송아무개 국정원 정보관과 통화했다. 게다가 검찰이 증거로 제출, 22일 법정에서 재생한 구청장실 집무실 CCTV영상에는 그가 이때 오후 2시 55분 40초쯤 구청장에게 보고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조이제 전 국장의 변호인은 당시 임 감사관이 충분히 면담대기실 전화를 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보고 순서를 기다리며 오갈 수 있어서다. 재판부도 비슷한 취지로 박 비서에게 "당시 임 감사관이 뭘 했는지 기억날 것 같은데, 면담대기실에 들어갔다 나왔느냐"고 물었다. 박 비서는 "보통 (구청장 집무실) 입구 쪽에 대기하긴 하는데 그날 워낙 (직원들이) 많이 왔다갔다했다"며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CCTV 화면 봤다"는데 저장된 영상은 없어

사실 면담대기실 CCTV영상만 확인하면 쉽사리 풀릴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2013년 6월 11일 면담대기실 CCTV영상은 없다.

서초구청장실에는 집무실과 내실, 면담대기실 세 곳에 CCTV가 있는데, 검찰이 확보한 CCTV하드디스크에는 집무실 영상만 있었다. 검찰은 "CCTV제조업체에 문의하고, 대검찰청 포렌식센터에 분석도 의뢰했지만 영상을 삭제한 흔적은 없었다"며 "아예 녹화가 되지 않았다, 제조업체는 '꺼져있었다'더라"고 설명했다. 자신들의 6개월짜리 영상 가운데 주요 날짜 몇 개를 확인 해봐도 매번 면담대기실 쪽 자료는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박 비서는 세 곳에 설치된 CCTV의 화면이 모두 커져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과 일부 직원들의 '대책회의' 의혹도 더 커지기만 했다. 김아무개 팀장이 검찰로부터 '그날 면담대기실 번호로 걸려온 전화 통화를 했다'고 들은 직후였던 1월 5일, 이들은 지난 1월 5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2013년 6월 11일 CCTV 영상을 살펴봤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자리는 '검찰 조사에 대비해 말을 맞추려고 한 것 아니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CCTV영상을 USB에 담아와 틀었던 홍보정책과 김아무개는 법정에서 "그날 여러 분들이 급하게 오셨고, 저는 영상을 재생시키느라 둘러보지도 못했다"며 참석자나 대화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수행비서 자격으로 있었던 박 비서는 "CCTV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호출해서 '그때 뭘 보고했냐'고 묻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채동욱 뒷조사' 의혹, 청와대까지 가야 하는데...

하지만 지난해 6월 11일 상황 자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부는 전반적으로 증언들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심규홍 부장판사는 민감한 대목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증인들의 말을 두고 몇 번씩 "기억을 못할 이유가 없지 않냐"며 의아해했다.

결정적 증거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검찰은 '조이제 전 국장이 2013년 6월 11일 오후 2시 46분 5초에 김 팀장에게 전화, 채군 정보 조회를 요청했다'는 혐의에서 더 진도를 나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피고인 조오영 전 행정관과 송아무개 정보관은 아직 조연은커녕 단역급이다. 서초구청을 넘어 청와대와 국정원까지 가려면 갈 길이 멀다.

한편, 의혹의 당사자로 이날 증인 신문 대상이었던 임아무개 감사관은 이날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의 책상에 CCTV화면을 설치, 관리해온 이아무개 서초구청장 비서실장도 업무상 이유로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다시 한 번 출석을 요청하기로 했다. 3차 공판은 9월 22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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