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항공기 피격 파장] 블랙박스 넘겨 받았지만.. 진상 규명 쉽지 않을 듯
우크라이나 친러 반군이 피격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17)의 블랙박스를 국제조사단에 인도하는 등 뒷수습 및 진상규명 작업이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블랙박스 분석만으로는 이번 격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추락 책임을 놓고 서방과 러시아 간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반군이 22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조사당국에 넘긴 블랙박스 2개는 영국의 전문기관이 내용을 해독할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날 밝혔다. 반군이 동부 지역에서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공화국의 알렉산더 보로다이 총리는 앞서 "이 블랙박스들이 진실을 밝힐 것"이라며 여객기 격추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님을 강조했다.
희생자 298명 중 수습된 200여구의 시신과 유품도 22일 우크라이나 정부에 넘겨졌으며 23일 네덜란드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확인작업을 거쳐 유족들에게 시신을 인도할 계획이다. 나머지 시신들도 수습이 끝나는 대로 조만간 네덜란드로 옮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현재까지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은 280여구에 달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1일 국제조사단의 현장접근과 조사가 전면 보장돼야 한다는 공식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의 진상조사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완전한 진상규명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사고 현장이 상당 부분 훼손된데다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계속돼 조사에 제약이 많다는 설명이다. 조종사들의 대화, 엔진 같은 주요 기기의 상태를 기록한 블랙박스를 분석해도 '누가 MH17을 격추했는가'라는 문제는 풀기 어렵다고 한 미국 정부 관계자가 CNN에 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이번 사건을 러시아와 연계한 친러 반군의 소행으로 몰고가려는 서방국가에 맞서 오히려 우크라이나 혹은 미국이 벌인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마저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러시아에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러시아는 더욱 힘을 얻는 분위기다. 러시아 관영방송 채널원은 "신흥국의 리더 격인 러시아에 타격을 주기 위해 미 중앙정보국(CIA)이 고의로 이번 사고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총국장 역시 "사고 당일 우크라이나군 전투기가 MH17을 따라 비행한 사실이 포착됐다"며 "이들이 여객기를 격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21일 주장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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