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노회찬은 되고 나경원은 안된다? 자장면 배식봉사에 대한 편견들

우성규 기자 입력 2014. 7. 14. 02:35 수정 2014. 7. 14.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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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행태 비꼬는 대신 정책 살피는 안목 필요

[친절한 쿡기자] 오는 7·30 재·보궐선거에서 네티즌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단연 서울 동작을입니다.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 정의당 노회찬 후보. 3인 모두 당에서 꽂아 내린 전략공천 출신입니다. 그래서인지 작은 일 하나에도 이른바 '댓글 전쟁'이 벌어집니다.

13일 포털에선 새누리당 나 후보가 12일 서울 동작구 사당로23길 본향감리교회에서 자장면 배식 봉사를 한 사진(왼쪽 사진)을 두고 불이 붙었습니다. 본향교회는 인근 '중국성' 사장과 함께 어르신들에게 점심으로 자장면을 제공했습니다. 나 후보는 앞치마를 입고 자장면을 날랐습니다. 120여명 노인들이 덕분에 배부른 오후를 보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를 나 후보의 '서민 코스프레(옷만으로 흉내내기)'라고 보는 인식입니다. 포털 댓글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는 "아니 갑자기 왜 안하던 짓을"이라며 "이걸 보고 누가 진심이라고 생각하겠어"라는 글이었습니다. 또 "선거철이구나"라며 '눈물이 나온다'는 의미의 이모티콘 "ㅠㅠ"도 보였습니다.

자장면은 나 후보에게 쉽지 않은 주제입니다. 2010년 나 후보가 한나라당 재선의원일 때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자장면, 군만두, 단무지를 사무실에서 먹는 장면을 올렸다가 구설을 낳았습니다. 억지 모습이란 댓글 공격이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현재 나 후보의 미니홈피는 찾을 수 없습니다. 나 후보는 블로그도 하지 않습니다. 트위터는 지난 3월에 멈춰있네요.

나 후보 재산이 좀 많긴 합니다. 2011년까진 40억원이 넘었는데, 이번 선거에선 29억여원을 신고했습니다. 학력도 화려합니다. 서울법대 동창인 남편은 법조계에서 핵심 엘리트 보직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법 가처분 담당 민사51부의 김재호 부장판사입니다. 나 후보를 서민이 아닌 사람으로 느끼게 하는 팩트들입니다.

하지만 정치인은 좋은 행사엔 다 가기 마련입니다. 본향교회 자장면 나누기에는 정의당 노회찬 후보도 함께했습니다. 이가 부실한 할머니를 위해 가위로 면발을 잘라 드리거나, 자장면 세 그릇을 한꺼번에 나르는 실력을 선보였습니다(오른쪽 사진). 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는 배식엔 빠졌지만, 동네 상가와 조기축구회를 돌았습니다.

본향교회는 삼성래미안, 롯데캐슬, 대림아파트 사이에서 섬처럼 남은 재개발 준비 지역입니다. 소송과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가난한 서민들이 그냥 편하게 점심 한 그릇 나눈 장소입니다. 그곳에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면 좀스럽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주권자들은 정치인을 산 아래서 산등성이 보듯 하시는구나"라고 6·30 지방선거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후기를 남겼습니다. 자장면에 일희일비 말고, 능선을 구축하는 이야기들이 선거의 주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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