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공정위원장 "손석희는 빨갱이" 발언 논란

2014. 6. 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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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과 술자리서 언급… 기자들 '정보보고'만 하고 보도는 안해

[미디어오늘 김병철 기자] 노대래 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 위원장이 지난해 출입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손석희 JTBC 사장에 대해 "빨갱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장관급 고위 공직자다.

15일 공정위와 출입기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노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24일 공정위 출입기자들과 대전 계족산 산행을 마친 후 가진 뒤풀이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이날 1차 뒤풀이 자리에는 7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했고, 노 위원장의 업무 관련 발언이 여러 건 보도됐다. 그러나 손 사장에 대한 발언은 기사화되지 않았고, 언론사별로 '정보보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손 사장에 대한 노 위원장의 발언은 참석자가 줄어든 2차 뒤풀이 자리에서 나왔다. 10여명의 기자들과 술을 마시던 중 JTBC 9시 뉴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노 위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사례로 들며 손 사장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정부 세종청사를 취재하는 한 기자는 "노 위원장이 (기획재정부) 차관보 시절 MBC '100분 토론'에 나간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에 따르면 노 위원장은 "손 사장(당시 사회자)이 야당 의원들의 발언은 끊지 않고 계속 듣는 반면 내가 정부 쪽 이야기를 하면 되게 짧게 끊었다"며 "빨갱이"라고 언급했다.

▲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도 위원장의 빨갱이 발언을 시인했다. 신동권 공정위 대변인은 "(노 위원장께) 여쭤보니 그런 표현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술을 좀 많이 마신 상태였고,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한 건 아니었다. 지나가는 이야기로 말했고 기자들도 다 그렇게 받아들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은 바로 세종청사 출입기자 사이에 퍼졌고, 많은 기자들이 각 회사에 정보보고를 올렸다. 그러나 기사화 되지는 않았다. 세종청사의 또 다른 기자는 "모두가 당시 발언을 알고 있다. 그때 기사가 나올지 알았는데 안 나왔다. 다른 기자에게 물어보니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노 위원장의 발언은 '기삿거리'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내가 그 자리에 있지는 않았다. 전해 듣기로는 만취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문창극 후보처럼... 여러 상황을 설명하거나 의도나 목적을 갖지 않고 지나가는 말로 본인도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이라고 말했다.

반면 문제의식을 가진 기자들도 있었다. 한 경제지 기자는 "사실 '빨갱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흔히 통용되기는 힘든 단어다. 그 단어의 뉘앙스가 있어서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발언을 해도 되는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기자들이 위원장과 친분도 있는 상황이었고 자리의 (특수성도) 있어서 누가 먼저 쓰지는 않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공정거래라는 중직을 맡고 있는 고위 공직자가 편향된 이념적 성향을 가진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집권 세력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비판적이면 빨갱이, 종북좌파로 몰아세워서 탄압하고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사람이 경제민주화와 '공정 거래'를 맡고 있다니 끔찍하다"고 말했다.

김삼수 경실련 정치입법팀장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도 마찬가지지만 건강한 상식, 균형 잡힌 시각이 사라지고, 너무 편향된 이념이 '이념 과잉화 현상'을 부추기는 모습이 우려스럽다"며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에게 빨갱이나 종북주의자라고 '이념 덧씌우기'하는 사람과 중립과 국민의 다양한 시각을 종합하는 자리인 공정위는 전혀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노 위원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국민이 납득할만한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하는 게 제일 바람직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 위원장은 그동안 교체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지난 13일 개각발표에서 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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