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맨얼굴

2014. 5. 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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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의 돌직구] 세월호 사태를 통해 드러난 박근혜의 실체

[미디어오늘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세월호 사태에 대처하는 박근혜를 보면서 우리는 두 번 놀랐다. 박근혜의 철저한 무능과 완벽한 무책임성에 처음 놀랐고, 박근혜의 결손된 공감능력과 서릿발 같은 차가움에 재차 놀랐다.

박근혜의 경탄할 만한 무능과 무책임성에 대한 비판은 넘쳐난다. 기실 그녀가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될 만한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인식능력이나 균형감각에 치명적인 흠결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정계에 입문한 이후 박근혜가 내치와 외치 관련해 번뜩이는 통찰이나 무르익은 식견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그녀의 말과 글 속에는 지적 연마의 흔적이나 숙고의 자취나 경험의 편린 중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는다. 2012년 대선 TV토론 당시 박근혜가 보여준 지적 능력과 구사하는 언어의 수준은 많은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너무나 참담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태에서 보여준 박근혜의 역량은 대한민국호의 선장 역할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대통령은 고사하고 부처 장관이 이 정도의 판단능력과 대처능력을 보인다면 당장 경질당할 것이다. 세월호 사태는 박근혜에게 치국경륜할 능력이 전혀 없음을 만천하에 입증하고 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박근혜는 책임조차 지지 않으려 한다. 박근혜에겐 권한과 영광은 자기의 것이고, 책임과 실패는 자기를 제외한 사람들의 것이라는 생각이 내재화 된 것 같다. 박근혜 특유의 그런 사유체계가 고도의 통치전략 차원인지, 박근혜의 퍼스낼러티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 분명한 건 그녀가 현실 정치의 맥락에서 대통령을 초월적 존재로 만들어 냉혹한 판관 혹은 객관적 평론가의 자리로 이동시킨다는 사실이다. 그럼으로써 그녀는 대통령을 권한은 무한대로 행사하되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 초정치적이고 탈역사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박근혜는 아시아적 전제주의 국가에서도 발견된 적 없던 존재를 발명한 것이다.

거의 모든 국민들을 비탄과 절망과 죄의식에 떨게 만든 세월호 사태 앞에서 유일하게 냉정한 건 박근혜였다. 하지만 그녀의 냉정함은 사태를 장악하고, 책임지며, 판단을 하고, 결단을 내리는 최고 리더가 마땅히 지녀야 하는 종류의 냉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월호 사태에 직면한 그녀는 마치 외계의 존재처럼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한 사과도 형식과 내용의 양 측면 모두에서 진정한 사과라고 할 수는 없다.

확실히 박근혜는 놀라운 구석이 있다. 진도의 체육관을 방문했을 때나 안산의 합동분향소를 참배했을 때 박근혜는 시종일관 무표정했는데, 염원과 절망과 분노와 슬픔과 통곡의 격랑 속에서 그녀는 완전히 독립된 상태였다. 시늉으로나마 슬픈 기색을 지을 법도 하건만, 그녀는 그것조차 힘겨운지 하지 않았다. 최고의 슬픔 속에서도 홀로 초연한 박근혜는 사회적 관계와 감정의 맥락에서 절연된 존재인 것처럼 보였다.

눈 밝은 시인의 표현을 빌려 물어보자.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박근혜가 피해자 멘털리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박정희 시절 가해자의 "갑'이었던 박근혜는 부모의 죽음과 청와대에서의 축출이라는 사건을 겪으면서 피해자의 피해자가 됐다. 세상에서 가장 가여운 피해자인 박근혜가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무덤덤하고 냉담한 건 자신이 품은 슬픔과 아픔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때문은 아닐는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피해자의 멘털리티를 가진 가해자다.

세월호 사태를 통해 우리는 박근혜의 민낯을 봤다. 미디어에 가려진 박근혜의 민낯은 무능과 무책임성, 공감능력의 결손의 다른 이름이었다. 응시하고 싶지 않은, 대면하고 싶지 않은 민낯이다. 하지만 우리는 박근혜의 민낯에서 얼굴을 돌릴 수가 없다. 두 눈을 부릅뜨고 박근혜의 민낯과 대결해야 한다. 그 대결에서 승리해야 한다.

*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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