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피해 개연성 있으면 배상해야
집이나 일터 주변에 공장이 들어선 뒤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면, 지금은 피해자가 직접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회사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상당한 개연성'만 있으면 배상 책임이 부과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3일 전체회의에서 신계륜 위원장이 발의한 '환경오염 피해 배상 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시설의 설치·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사업자가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수질·토양·해양 오염 외에도 생명·신체(정신적 피해 포함)·재산 피해도 대상이 된다. 단, 해당 사업자의 종업원이 업무상 받은 피해는 제외한다.
인과관계 추정은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지를 따진다. 시설의 가동 과정과 투입·배출 물질의 종류와 농도, 기상조건, 피해 양상 등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했다. 배상 책임 한도는 2000억원이나 고의나 중대 과실로 발생한 피해는 한도를 두지 않는다. 환경부 소속 환경오염피해구제정책위원회를 둬서 환경오염 피해의 평가 방법과 절차를 결정하고 사업자나 피해자의 이의신청 심의도 하도록 했다.
법안은 환경오염 위험도가 높은 시설 사업자는 환경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피해 원인 제공자를 알 수 없거나 사업자가 배상할 능력이 없는 경우는 환경부 장관이 보상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환노위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한 법안은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정남순 환경운동연합 법률센터 부소장(변호사)은 "피해자 입증 책임은 수십년 동안 환경 피해 배상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해왔는데 이번 법안을 통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상당한 개연성이라는 근거가 있어야 하므로 사업자에게 완전히 떠넘기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업 측은 반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준에 맞게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환경오염 피해 보상 책임을 항상 지고 있어야 한다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기가 어렵다"면서 "독일 등 선진국에서 하는 것처럼 적합한 기준에 맞게 운영하는 사업자는 지금처럼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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