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 늘어나는 영정사진 "아 어쩌나, 이 많은 꽃들이.."

2014. 4. 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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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안산 합동분향소 추모 발길

"바다가 너무 많은 꽃을 삼켜버렸다…. 얘들아 미안하다…."

경기도 안산 시민들에겐 침통한 출근길이었고, 교복 입은 학생들에겐 눈물의 등굣길이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시 고잔동 안산올림픽기념관에는 조문 이틀째인 24일에도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저마다 다른 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분향소에 들러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또래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출근 도중 조문을 하던 시민들 역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며 연신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지역 주민 오아무개(46)씨는 "한 집 건너 초상집이 됐으니 이 일을 어찌하겠습니까. 어느 정치인 아들 말처럼 국민이 미개한 게 아니라 정부가 미개한 것 아닙니까"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백발이 성성한 70대 노인은 "나 같은 노인네가 먼저 가야지…"라며 울먹이다 "누가 도대체 저 푸른 청춘들을 바다에 던졌느냐"고 애통해했다. 분향소에는 아이를 업은 엄마부터 유모차를 미는 아빠, 손을 꼭 잡은 연인, 휠체어를 탄 노인과 장애인, 오토바이를 타고 온 배달부 등이 못다 핀 꽃들의 넋을 위로했다.

오후 4시께 장례를 마친 학생들의 영정이 10여분 간격으로 분향소에 잇달아 들어서자 조문을 위해 길게 늘어선 시민들은 "아~ 어떡해…"라고 탄식하며 발을 구르기도 했다. 비록 임시로 차려진 합동분향소이지만, 전날 오전 조문이 시작된 이후 24일 오후 8시 현재 분향소를 찾은 사람은 4만명을 육박했다. 정치인과 연예인들은 유족들의 슬픔을 의식한 듯 조용히 조문을 했다. 합동분향소에는 이날 오후 현재 단원고 희생자 65명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졌다. 희생자들의 발인이 이어지면 영정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눈물의 이별'은 인근 장례식장에서도 계속됐다. 이날 고대 안산병원에서 발인한 정아무개(18)양의 어머니는 "우리 딸이 너무 착해서 그래서 하늘이 데려간 거야"라며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영결식장에 차마 들어가지 못한 여학생들은 멀리서 지켜보다 서로 끌어안고 흐느끼기도 했다.

5대 독자인 정아무개(17)군의 발인식이 열린 안산 군자장례식장에서는 몸이 편치 않은 어머니가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해 보는 이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장례식장 9곳에서 학생 14명의 장례가 치러졌고, 25일에는 희생된 단원고 학생 23명의 장례식이 예정돼 있다.

한편, 세월호에서 구조돼 고대 안산병원에 입원중인 단원고 학생들의 분향소 조문을 막으면 병원을 폭파시키겠다는 협박 유인물이 병원 근처에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고대 안산병원은 "정신적 외상을 입은 청소년들이 분향소에 가는 것은 심리적인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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