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것 이상으로 배가 돌았다면 조타기 고장 났을 가능성"
세월호가 침몰 직전 45도나 급속하게 방향을 바꾼 것(변침)은 조타수의 오작동 이외에도 구조변경·과적·평형수 부족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해양학과 교수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해양수산부가 세월호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기록을 정밀 분석한 결과 세월호는 침몰 직전 'J'자 모양을 그리며 45도가량 오른쪽으로 회전한 뒤 다시 22도가량 우회전하며 정상항로를 벗어났다. 이후 북쪽으로 표류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조타실을 책임진 3등 항해사와 조타수는 "5도가량 돌렸는데 너무 많이 돌아갔다"며 급변침을 부인하고 있다. 배가 돌아간 것이지 자신들이 돌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급변침이 아니더라도 전복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김세원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23일 "세월호는 작은 변침만으로도 복원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급변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세월호는 쌍추진기 선박으로 왼쪽으로 기울면서 왼쪽 프로펠러가 오른쪽 프로펠러보다 물속으로 깊이 잠겼고, 상대적으로 왼쪽의 추진력이 강해지면서 시계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가 복원력을 잃은 것은 과적과 구조변경으로 무게 중심이 높아진 탓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세월호는 최대 적재 화물량보다 2배 가까운 화물을 적재했다. 한국선급은 지난해 세월호의 객실 증축 최대 적재 화물량을 당초 2500t에서 1070t으로 낮추고 평형수(밸러스트 워터)를 1000t 이상 늘리는 것을 전제로 복원성 시험을 승인했다.
구조변경으로 무게 중심이 51㎝나 높아지고 승객수도 804명에서 921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는 사고 당시 승용차와 화물차 등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1157t 등 어림잡아 2000t가량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개축 과정에서 오른쪽 선수의 차량출입문을 철거한 사실도 밝혀졌다. 오른쪽 선수 부분이 가벼워지면서 무게 중심이 뒤틀린 것이다.
배 바닥의 평형수가 적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지배적이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학과 교수는 "복원성이 충분하면 배는 기울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급선회로 배가 쓰러졌다면 우선 평형수의 부족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타기 고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정만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4~5도가량의 변침으로 배가 넘어질 수 없다"며 "조타기의 고장으로 의도하지 않은 만큼 타가 돌아갈 수도 있고 되돌리는 것도 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평형수와 조타기는 세월호 인양 후에나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밖에 부실한 화물 결박, 사고 위험이 높은 해역에서 초보 선원의 운항, 사고 직후 선원들의 잘못된 대응 등도 사고 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실점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 목포 | 권기정·박준철·박순봉 기자 kwo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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