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는 가족들 막고 '채증 사진' 찍는 나라

2014. 4. 2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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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청와대 간다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 경찰이 막아

변호사들 "경찰이 직권 남용해 불법한 공무집행"

"청와대로 가겠다"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20일 경찰이 막아서고, 채증까지 한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종자 가족들의 움직임 자체를 대정부 시위로 간주한 경찰이 하던 습관대로 대처한 것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경고를 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역시 이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서선영 변호사는 "심각한 범죄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질 우려가 현저한 상황에서나 이런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이날 경찰의 행위는 법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또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차단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2008년 판례도 있다. 가족들이 '청와대 앞 집회'를 실제로 추진했더라도 이를 제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2010년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에서 출발하려던 전국자치단체 상용직 노조원 79명이 경찰의 제지로 발이 묶이자,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해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받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300여㎞나 떨어진 곳에서 집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려는 이들을 원천 차단한 것은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봤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발걸음이 경찰에 의해 제지된 전남 진도대교에서 청와대까지 거리는 384㎞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이 가족들을 진도 현장에서 가로막은 것은 직권을 남용해 시민들의 이동의 자유를 차단한 것이고, 동시에 불법한 공무집행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날 경찰은 동영상 카메라를 동원한 채증까지 했다. 집회나 시위가 아니었는데도 그랬다. "과도한 채증을 중단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경찰청은 지난 9일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거나 이뤄진 직후, 증거보존의 필요성이나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채증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가족들의 행위를 집회나 시위로 보고 강제력을 행사하려던 것은 아니며, 현장의 병력이 채증이라기보다는 기록 차원에서 녹화를 한 것 같다.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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