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시간이 없는데" 진척없는 수색에 애끊는 학부모들

2014. 4. 19.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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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자녀의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은 하루 종일 작업에 진척이 없자 구조 당국에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이날 생존 가능 시간으로 알려진 72시간이 지나면서 초조함이 더해졌다. 가족들은 현장에 나와 있던 관계자들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해경 관계자들은 학부모들의 거센 비난에 대응하느라 하루 종일 진땀을 뺐다.

구조 작업에 대한 '총체적 불신'까지 싹트고 있다. 한 학부모는 "민간 구조사에게 들었는데 지금 해경 매뉴얼로는 아무도 살릴 수 없다고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4시30분쯤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팽목항을 찾아 "최선을 다해 한 사람이라도 빨리 구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학부모들은 "입에 발린 소리는 필요 없다. 실질적인 대책을 달라"며 20여분간 박 지사를 붙잡고 호소했다.

오후 10시쯤에는 가족들이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을 팽목항 대합실로 불러내 미진한 수색 성과를 강하게 추궁했다. 김 청장은 "유속이 빠르고 시야가 좁아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학부모들은 "아무리 그래도 국내 최고의 잠수부들이라면 가능하지 않느냐"며 "애들 다 죽이려는 것이냐"고 말했다. 급기야 학부모들은 "해경은 더 이상 못 믿겠다"며 "우리들이 직접 밧줄과 부표 등으로 생명선을 만들어 민간 잠수부 수십명이 한꺼번에 작업하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도 사고 지점을 비추는 CCTV 화면을 지켜보며 탄식을 뱉어냈다. 해경 관계자가 이날 오후 "물 속에서 선체의 색깔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잠수부 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자 가족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한 학부모는 "정부가 민간 잠수부협회에 공식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얘기도 있다"며 "민간 잠수부를 최대한 동원해서라도 아이들을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가족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인터넷이나 민간 전문가들에게 자문한 내용을 근거로 해경 등 정부 관계자들을 자주 추궁했다. 또한 실시간 구조 상황에 대한 정부 브리핑이 부족하자 학부모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있는 이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해경 관계자에게 상황을 알려주는 모습도 보였다.

오후 10시쯤 해경 관계자가 "유도선(가이드라인)이 끊어져 어려움을 겪었고 3층 레크리에이션실에서 역류 현상이 일어나 공기 주입을 중단했다"며 "공기가 좀 빠지면 아침쯤 다시 넣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한 학부모는 "역류하는지 점검도 안 하고 공기를 넣은 거냐. 아침까지 어떻게 기다리느냐"며 "현장을 다녀왔는데 가느다란 호스 한 개로 작업하면서 보여주기식 구조를 하고 있었다"고 항의했다. 해경 관계자는 "공기 호스에 대해서는 전문가들한테 물어본 뒤 다시 설명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시간이 흘러도 구조 활동에 진척이 없자 체육관에는 초조해진 실종자 가족들의 통곡이 이어졌다.

진도=김유나 조성은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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