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는 선박·60대 선원 대부분.. 부채율도 최고 1,000% 넘어

김경미·임진혁기자 2014. 4. 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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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여객선 실태는자본금 10억 미만 절반이상시설·서비스 투자 못해노후 선박 다시 고쳐쓰기도

재정압박에 시달리는 선사, 이들이 운영하는 낡고 오래된 배, 낮은 임금을 받으며 격무에 시달리는 나이 든 선원. 우리나라 연안 여객선의 현주소다. 수많은 사망자와 실종자를 낸 세월호 침몰 사건은 이처럼 낙후한 여객선 업계와 부실한 정부의 관리 시스템이 빚어낸 예고된 인재였다.

18일 한 국책연구기관이 지난 2012년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에 보고한 연안여객운송산업 관련 연구용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영세한 선사들이 많은 가운데 얼마 안되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투자를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항상 안전에 대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늘도 하루 평균 4만여명의 승객들은 위험천만한 항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연안여객선사 53곳의 2010년 재무현황을 분석한 결과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69.9%로 운수업 전체(84.0%)보다 낮았으며 자본금 5억~10억원 미만 선사의 유동비율은 29.5%에 그쳐 단기적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체 부채비율(부채총계/자기자본)도 444.1%로 취약한 안정성을 드러냈으며 자본금 5억~10억원 미만 선사의 부채비율은 1,030.1%에 달했다. 이처럼 업계 전반의 재무구조가 취약한 가운데 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더욱 어려움이 컸다.

한국해운조합의 2012년 자료를 보면 여객운송 업체 63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3분의1이 넘는 23개 업체가 단 한 척의 배만 보유하고 있었고 자본금 1억원 미만인 곳이 8곳, 1억~3억원 10곳, 3억~5억원 9곳, 5억~10억원 11곳 등 절반 이상이 자본금이 10억원에 못 미쳤다.

이번 사고를 낸 세월호를 보유한 청해진해운은 지난해 기준 자본금이 55억원으로 업계 내에서도 가장 몸집이 큰 축에 속했지만 계속되는 적자로 지난해 부채비율이 409%까지 올라가는 등 경영난을 겪어왔다.

이처럼 규모와 관계없이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선박에 대한 투자나 서비스 개선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는 우리나라 여객선들의 노후화로 이어졌다. 한국해운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선 172척의 선령을 조사한 결과 21년 이상이 39척, 16~20년은 61척으로 운항하고 있는 여객선 열 척 가운데 여섯 척(58.1%)이 오래된 배였다. 반면 5년 미만은 19척에 불과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세월호의 경우 일본에서 1994년에 건조돼 18년간 운항한 뒤 퇴역한 것을 국내 선사가 사와 고쳐 쓴 노후 선박에 속한다.

2년 전 국토해양부에 제출된 용역보고서는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을 예견이라도 한 듯 노후 선박, 특히 15년 이상 된 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당시 보고서는 "최근 연안에서 발생하는 사고 선박은 15년 이상 된 배들이며 노후 선박은 해상에서 각종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1년 7월 불이 난 현대설봉호는 선령이 15년이었고 2012년 5월 기관고장으로 해상에 표류한 오하마나호는 23년 된 배였다. 같은 해 7월 발전기가 고장 난 제주월드호는 선령이 무려 25년이었다.

선원들의 고령화와 격무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선사의 열악한 재정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체 연안여객선 선원 8,062명 가운데 50대는 3,073명(38.1%), 60세 이상은 3,093명(38.3%)으로 전체 선원 4분의3이 50대 이상이었다. 특히 정부가 낙도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예산을 지원하는 낙도보조항로 선원의 평균 연령은 55.6세, 최고령은 77세로 노령화가 심각했다.

이는 젊은 선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높은 외항선을 타지만 임금을 많이 주지 않는 영세 선사에는 고령층이 몰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업계에 따르면 외항선의 고졸 초임은 연봉 4,000만원이 넘는 반면 연안여객선의 연봉은 2,000만~2,500만원 수준으로 업계 내에서 급유선 등과 함께 가장 임금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연안선박은 도서민이 교통수단으로, 일반 국민들이 관광 목적으로 꾸준히 이용할 것"이라며 "연안선박의 현대화와 대형화·고속화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접안시설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우리나라 연안여객선 업계의 공공연하고 불편한 진실이 이번 세월호 침몰과 대규모 인명피해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은 셈이다. 여객선으로 인한 또다른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합리한 연안여객운송 시스템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경미·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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