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영공침범 아닌 방공망 침범" 지적

김광수기자 2014. 4. 18.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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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 헌법 3조 취지와 배치정부 "표현 고집할 이유 없어" 물러서.. 대북 압박카드엔 난감

정부가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기의 침투를 '영공 침범'이라고 규정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대한 후속조치를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법적 논리에서마저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이후 파주와 백령도, 삼척에서 추락한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되자 "북한 소행으로 입증될 경우 영공 침범으로 규정해 다양한 대응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언뜻 맞는 표현으로 들리지만 맹점이 있다.

우리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했다는 것은 우리의 영토가 휴전선 이남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으로서는 두 손을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우리로서는 헌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대북 감시태세가 속절없이 뚫린 것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거세자 군 당국이 이를 만회하기 위한 강력 대응에 치중한 나머지 앞뒤 맥락을 따지지 않았던 것이다.

신창훈 아산정책연구원 글로벌거버넌스센터장은 17일 "'영공 침범'이라는 표현을 고집하면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에 못마땅해하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며 "'방공방 침범'이라고 북한의 도발을 지적해야 국내적,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영공 침범이라고 밝힌 건 남북한이 서로 관장하고 있는 공역(空域)을 침해했다는 의미"라며 "헌법과 어긋나는 표현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개념 문제와 별개로 앞으로 정부가 내놓을 대북조치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에 대해 교전당사자로서 정전협정 위반을 지적할 수 있지만 유감 표명이나 협정 위반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제의하는 것 외에는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이번 무인기 침투가 인명 살상이나 물질적 피해를 입히지 않은 만큼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도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는데 소극적이다. 유엔헌장 위반으로 안보리에 회부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외교부는 현실성이 없다며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동맹 주축인 미국이 전세계의 전장에서 상당한 규모의 무인기를 운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고작 3대의 북한 무인기에 대해 비난을 퍼붓기는 쉽지 않다"며 "사방에서 대북조치를 거론하지만 이론적인 구상과 실제로 실현 가능한 방안 사이에 간격이 크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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