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침몰]"창문만 깨면 친구들 나올건데.." 초기대응 도마위

구길용 입력 2014. 4. 17. 15:34 수정 2014. 4. 1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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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뉴시스】구길용 기자 = "창문만 깨지면 우리 친구들이 나올 건데 창문에 갇혀서 못 나와요"

"순식간에 배 안에 바닷물이 찼어요. 방송에서 알린대로 객실에만 있었던 친구들은 빠져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지난 16일 진도해역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긴박했던 현장 구조상황이 생존자들에 의해 전해지면서 초기 대처능력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수백명의 탑승객을 태운 여객선이 눈 앞에서 가라앉고 있는데도 손을 쓸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데 대해 재난대응시스템이나 위기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한 것인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고 당시 민간어선을 타고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진도군 조도면 대마도 김준석 청년회장은 16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장 상황을 전했다.

김 회장은 "현장에 도착해보니 배가 90도 이상으로 기울어 있었고 2차례 세월호에 접근해 학생들을 구조했다"며 "그 중에 한 명이 울먹이면서 '삼촌, 저 배 창문만 깨지면 우리 친구들 나올 건데 창문에 갇혀서 못 나온다'고 말했다"고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김 회장은 "배가 10여 분만에 빠르게 침몰하다보니 어떻게 할 방도가 없더라"며 "미리 탈출 시도를 했으며 전원 구조했지 않나. 다 살 수 있는 애들을 너무 안타깝게 잃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기 대처가 늦어 안타까운 상황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처음 목포해경 상황실에 접수된 것은 16일 오전 8시48분. 전남도소방본부에 신고가 접수된 이후 6분만이다.

해양경찰청 구조본부가 가동한 것은 그로부터 22분 후이고 해양선박사고 위기대응 매뉴얼의 '심각' 단계가 발령된 것은 1시간여가 지난 뒤다.

더구나 사고 초기 수학여행 고교생 전원을 구조했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전체 구조자의 숫자도 200여 명이나 많게 집계하는 등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더해졌다. 실제 위험 상황보다 소홀히 여겨 초기 대응에 차질을 빚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뒤늦게 헬기와 경비정, 어선까지 총동원돼 구조작업에 나섰지만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배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바다로 뛰어들거나 난간에 매달린 탑승객 일부를 구해냈을 뿐 선체 내부에 갇힌 어린 학생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

선원들의 대처도 문제다. 선장을 비롯해 상당수 선원들은 탑승객들이 탈출하기 이전에 이미 세월호를 빠져 나와 1차 구조인원에 포함됐다.

현행 선원법에는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선장은 인명·선박·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외면했다.

바닷물이 들어 차는데도 '가만히 있어라'라고 10여 차례 되풀이 된 선내 안내방송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통곡의 바다, 진도 앞바다에 잠겨 있는 세월호의 침몰은 결국 정부당국과 선사의 안이한 초기 대처가 큰 몫을 했다는게 중론이다.

kykoo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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