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아닌 학부모가 첫 신고..대형참사 부르는 '안전후진국'

입력 2014. 4. 17. 11:20 수정 2014. 4. 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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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소리 난후 1시간여 미숙한 대처세월호, 최초신고보다 3분 늦게 통신

운행시간 단축위해 정기항로 이탈 가능성21년전 '서해훼리호 참사' 이어 인재

21년전 무려 292명의 생명을 앗아간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오른 학생들이 탄 배가 침몰했다. 17일 오전 1시30분 현재 6명이 숨지고 무려 290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구조된 인원은 179명이다. 475명의 탑승자 가운데는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교사 14명이 포함돼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993년 서해훼리호 사고 이후 역대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불감증에 의한 후진국형 대형 참사의 반복, 지우고 싶은 역사의 비극이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지난 2월의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1993년의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는 엇비슷하게 20년의 세월을 두고 되풀이 되고 있다. '대형 사고 20년 주기설'이 나오는 이유다. 터졌다 하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안전불감증이 낳은 참사다.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화를 키운 전형적 인재(人災)로 꼽힌다. 서해훼리호는 1993년 10월 10일 오전 9시10분께 위도의 벌금항을 출발해 식도항을 거쳐 오전 9시50분께 파장금항에서 승객을 태우고 격포항으로 향했다.

이 배는 식도를 거치면서 이미 정원(221명)을 초과했다. 파장금항을 뜰 때는 정원보다 141명이나 많은 362명(승객 355명ㆍ선원 7명)이 배에 올랐다.

기상도 나빴다. 당일 기상청은 '파도가 높고 강풍이 불며 돌풍이 예상되므로 행해 선박에 주의를 요한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배에는 항해사도 없었다. 항해사가 휴가 중이라 갑판장이 대신했다. 안전요원은 단 2명이었다.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병풍도 북쪽 3㎞ 해상에서 침몰 중이라는 신고가 전남소방본부에 처음 접수된 것은 16일 오전 8시 52분께. 그러나 배가 1시간여 전부터 기울기 시작했다는 증언이 잇따랐고, 미숙한 대처가 인명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구야, 꼭 다시 만나기를….'17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교실의 칠판에 실종자 학우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글들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안산=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게다가 첫 신고자는 승무원이 아니라 배에 타고 있던 학생의 학부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해상관제센터로 세월호에서 초단파무선통신(VHF)으로 "지금 배가 넘어간다"는 최초 신고가 들어온 것은 오전 8시 55분으로 최초 신고보다 3분 늦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한편 세월호가 일몰 뒤 야간에 출항을 강행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원래 6시30분 출발 예정이던 세월호는 안개 등으로 인해 오후 9시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때문에 세월호가 운항시간 단축을 위해 정기항로를 벗어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분석 자료를 근거로 세월호가 항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구조된 승객들은 하나 같이 침몰 전 '꽝'하는 소리가 난 뒤 배가 가라앉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에 암초에 부딪히며 가해진 충격으로 선체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다. 기내부 폭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굉음'의 원인이 어느 쪽으로 밝혀지든간에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가 화를 키웠다는 비판을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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