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개방 굳힌 정부, 국회 동의 '모양새' 취한다

이재덕 기자 2014. 4. 1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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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화 유예' 올 연말이면 종료WTO에 수정 양허표 제출 전 반발 줄이려 사전 절차 밟기로시민단체 "논의 없이 개방 준비"

정부가 올해 9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쌀시장 개방(쌀 관세화) 여부를 통보하기에 앞서 관세율 등 핵심 사안을 국회에 보고하고 사실상 사전 동의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말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두고 현실적으로 쌀 관세화를 막을 다른 방법이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전 동의 절차는 내부적으로 쌀시장 개방을 결정한 정부가 향후 시장 개방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16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WTO에 수입쌀에 적용할 관세율 등을 정리한 수정 양허표(Schedule of Concessions)를 제출하기 전 국회에 먼저 보고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기로 의견을 모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통상업무를 하면서 국회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쌀시장 관세화 문제는 국회 비준이 필요없지만 임의로 국회 동의 절차를 밟기로 했다"며 "동의는 국회의 허락을 받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회에 보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WTO에 수정 양허표를 제출하면, 국회 비준 여부와 관계없이 쌀시장 개방 유예가 끝나는 내년 1월1일부터 쌀시장이 개방된다. 사전 동의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쌀시장 개방에 대한 국회의 동의를 얻는 모양새를 취하겠다는 취지다.

WTO 가입 국가들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에 따라 모든 상품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한국은 주식인 쌀의 특수성을 고려해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쌀 관세화를 유예하고 재협상을 벌여 2014년까지 추가 유예했다. 쌀 관세화를 미루는 대신 의무적으로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의무수입물량은 40만8700t까지 늘어났다.

한국처럼 개방을 유예했던 일본과 대만은 각각 1999년과 2003년 쌀 관세화로 전환했다.

일본은 관세화 유예로 쌀 의무수입물량이 68만2200t으로 늘어나자 이를 버티지 못하고 쌀시장을 개방했다. 대신 이들 나라는 수입쌀에 높은 관세를 매겼다. 농식품부는 쌀시장 개방 시 수입쌀에 300~500%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논리로 국회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시민단체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식량주권 운동본부' 출범식을 열고 "쌀시장 개방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나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정부는 벌써 고율관세화를 운운하며 쌀시장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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