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제욱 '군 댓글 작전용 태블릿' 구매 직접 결재했다

2014. 4.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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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1년말 사이버사령관 부임 직후

국정원 정보사업 예산으로

태블릿 PC 110여대 구입

'트위터작전' 시작 시기와 일치

60여대는 관리대장 없이 운용

국방부 "사령관 전결사항"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전 사이버사령관·사진)이 2011년 12월 '댓글 작전' 등에 쓰인 태블릿피시 구매 보고서에 직접 서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 물증이 드러남에 따라 연 비서관에 대한 추가 조사 여부가 주목된다.

13일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연 비서관은 사이버사령관 부임 직후인 2011년 12월 국정원 정보사업 예산으로 태블릿피시 110여대를 구입하기 위한 '장비 구매 계획 보고'를 직접 결재했다. 이후 사이버사는 12월14일 태블릿피시 갤럭시 탭 60여대와 아이패드 40여대 총 110여대를 들여와 요원들에게 지급해 사용하도록 했다. 2012년 총선·대선 기간 동안 국정원·사이버사의 대선개입 댓글작전 등에 사용된 태블릿피시가 구매 단계부터 연 비서관이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 비서관은 대선 당시 사이버사령관으로 심리전단에 작전 지시를 내리는 등 대선개입 혐의 사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한차례 참고인 조사에 그쳐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태블릿피시를 신규로 도입한 2011년 12월은 대선개입을 주도한 국정원 심리정보단이 심리정보국으로 확대재편되고, 사이버사령부 또한 '트위터 작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지난 1월 정치관여 혐의로 군 검찰에 기소된 이태하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의 경우를 보면, 2012년 들어 이 전 단장이 인터넷에 올린 대선개입 관련 인터넷 댓글의 수가 전년 대비 6배나 늘어난 바 있다.

이와 함께 연 비서관이 결재해 구입한 태블릿피시 가운데 절반이 넘는 60여대가 아무런 제지 없이 부대 바깥으로 나간 불법반출 사실도 확인됐다. 군사보안업무훈령에는 컴퓨터 및 주변장치를 반입·반출할 때는 반드시 반입·반출 승인서와 보안서약서를 쓰도록 되어 있으나, 사이버사는 이런 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 진성준 의원실은 "사이버사 감찰실이 유명무실했던 것은 물론이고, 전군의 군사보안을 책임지는 기무사조차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이버사에 밝은 군 관계자는 "국방부와 직할부대를 관할하는 기무사 100부대의 사이버기무관이 사이버사령부를 담당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사이버사에 출입조차 못했다. 특히 사이버사의 '국방부 및 청와대 작전 결과 보고' 문건과 관련 작전은 기무사의 감찰 대상에서 제외돼 있을 정도로 초법적인 관행이 많았다"며 "태블릿피시처럼 군대내 작전 물품을 아무 조치 없이 부대 밖으로 가져가는 것은, 감시 없이 총을 들고 부대 안팎을 드나드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2011년 12월 태블릿피시가 지급되면서 심리전단의 댓글 작전은 본격화됐다. 군 관계자는 "심리전단장이 연제욱 사령관의 일일지침이나 작전사항을 작전폰으로 전달하면, 각 요원들은 사령부 안팎에서 자신의 컴퓨터 또는 태블릿피시를 이용해 (댓글) 작전을 펼쳤다"고 말했다. 사이버사는 지난해 <한겨레> 보도 직후, 수사가 예상되자 태블릿피시에 담긴 활동 자료를 삭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삭제해 사이버사의 작전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태블릿피시는 심리전단이 작전을 펼칠 때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된 것이다. 태블릿피시 구매에 국정원 정보사업 예산을 사용한 것은 (사이버)사령관 전결사항이니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는 태블릿피시가 대선 당시 심리전의 주요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해철 의원은 "(태블릿피시 구매 결재로) 국정원과 사이버사의 대선개입 과정에서 연제욱 비서관이 개입한 구체적인 물증이 드러난 만큼 이제라도 연 비서관을 소환해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며 "연 비서관 감싸기가 계속될 경우 특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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