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사건' 터질 때마다..새엄마들은 숨죽여 운다

입력 2014. 4. 13. 19:50 수정 2014. 4. 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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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부모 '아동 학대' 95%가 친부모인데

잘못한 일 혼내도 "새엄마라서…"

주변 시선 곱잖아 남몰래 '속앓이'

민법상 '동거인' 자녀 등본도 못 떼

"계모에만 집중해 학대 본질 못 봐"

"새엄마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신데렐라, 백설공주, 콩쥐팥쥐에 나오는 계모처럼 나쁜 예로만 받아들여요. 내가 낳은 아이와 낳지 않은 아이를 똑같이 대해도 주변에서는 잘하는 것보다 혼내고 야단치는 것만 보니 마음이 아파요."

13일 '새엄마'들이 모이는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이런저런 고민들이 올라왔다. 또다른 엄마도 고민을 털어놓았다. "저도 새엄마인데요. (언론에 '나쁜 새엄마' 얘기들이 보도될 때는) 혼낼 일이 생겨서 아이를 혼내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새엄마라서 그랬다고 할까 봐서요."

어렵게 다시 가정을 꾸린 재혼 가정의 '새엄마'들이 최근 경북 칠곡과 울산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 때문에 남들은 모르는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의붓엄마(계모)가 학대의 주인공이라 계모에 대한 주변의 편견과 삐딱한 시선이 한층 강해졌기 때문이다.

현실은 다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6796건) 가운데 80.3%(5454건)의 가해자가 '부모'였다. 이 가운데 친모(2383건)와 친부(2790건)에 의한 학대가 94.8%에 달했다. 반면 계모에 의한 학대는 144건(2.6%)에 불과했다. 계부의 학대 역시 108건(2.0%) 정도였다.

한석구 서울 마포구 사회복지사는 "이런 결과는 전체 가정에서 계모·계부 가정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은 것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핵심은 계모냐 친모냐가 아니다. 당연히 친부모나 의붓부모 모두 착한 부모, 나쁜 부모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언론에서 계모만 자꾸 이슈가 되다 보니 아동학대가 왜 일어나고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소홀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친권이나 양육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새엄마들의 경우 아이의 주민등록등본 하나 떼어주지 못하는 처지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상처를 받는 일이 많다. 한 새엄마는 "중학교에 입학한 큰아이의 통장을 만들려고 주민센터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으려 했더니, 친모가 아니기 때문에 발급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마음이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재혼을 통해 얻은 자녀를 '동거인'으로 기재하고 있는 주민등록등본 탓이다. 송명호 변호사는 "새엄마나 새아빠는 현행법상 부모가 아니다. 친권이나 양육권 모두가 없기 때문에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했다.

민법은 새아빠와 새엄마를 부모가 아니라 '혈족의 배우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등록증이 없는 17살 미만 청소년은 새엄마·새아빠가 함께 주민센터에 가더라도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을 수 없다. 주민등록법은 직계혈족만이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재혼한 남편의 자식을 친자식처럼 길렀는데 상속에서 배제되고, 연락이 끊긴 친엄마가 자녀의 보험금을 수령해 가는 등 새엄마들의 피해가 많다. 주민등록법상 자녀로 기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양육권을 일부 인정하는 등 재혼 가정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명선 서영지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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