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① 부산 부동산이 들썩인다

2011. 3. 1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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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제 르네상스 오나◆ 장면 1.지난 2월 22일 화요일 부산 북구 화명동 '화명롯데캐슬카이저 모델하우스'. 평일 4시에 열린 명사초청특강 및 사업설명회에도 5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의 '부동산 시장진단과 전망'에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더불어 롯데건설에서 마련한 분양 관련 설명에서는 사람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현장에 다녀온 김남석 씨는 "지난해 해운대자이 특별분양 때 청약했는데 50 대 1 경쟁률이라 놓쳤다"며 "화명롯데캐슬카이저가 그나마 5000여가구라 청약해보려는데 이미 분양된 아파트에 웃돈 2000만~3000만원씩 붙었고 더 오를 것이란 예상이 많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장면 2.

부산 지하철 1호선 하단역 인근 하단오거리. 밤이 되자 돈텔마마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유흥업소 점주 A씨는 "최근 부산 사람뿐 아니라 창원 사람들도 많이 놀러온다"며 "예전에는 한산했는데 요즘에는 주말 저녁에도 다시 영업하는 업소가 늘 만큼 분위기가 좋다"라고 전했다. 덩달아 이곳 부동산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매매가는 3.3㎡당 2000만원 중후반대. 하지만 연말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최근 한 건물은 매매가가 3.3㎡당 4000만원을 돌파했다.

인근 동아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중년층들이 많이 가는 거리였는데 조만간 멀티플렉스가 있는 종합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대학생들도 놀러갈 곳이 많아진다'는 소문이 돈다. P공인중개 A대표는 "하단오거리는 거제도에서 거가대교를 타고 부산으로 들어오면 처음 접하게 되는 대형상권"이라며 "실제로 서울 사람들이 3년 전부터 주변 건물과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가격이 들썩이고 있어 호가만 놓고 보면 4000만원도 훌쩍 넘겼다"라고 전했다.

서울, 수도권 부동산이 침체된 가운데 지방 대표주자 부산 부동산이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그동안 바다 조망을 갖춘 해운대 마천루로 동부산권이 부산 부동산을 이끌었다면 거가대교 개통을 계기로 서부산권이 부동산 주도권을 되찾는 모양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아파트 가격은 11.76% 올랐지만 북구 19.99%, 사상구 23.05%, 사하구 20.33% 상승하는 등 서부산권 집값 상승세는 부산 평균 상승세의 2배에 달한다.

거가대로 개통 영향권인 강서구 롯데캐슬 109㎡형(전용 84㎡)은 지난해 8월 시세가 2억7000만원 수준에서 올 초 3억원까지 뛰었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그동안 관심이 집중됐던 해운대구는 안정을 되찾아가는 대신 강서구, 북구 등 서부산권이 상대적으로 반등하고 있다"며 "거가대교, 부산~김해 경전철 개통 등 효과로 역세권 중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청약 시장에서도 서부산권 인기는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부산 강서구 명지지구 두산위브포세이돈 아파트는 총 1256가구 모집에 4359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만 3.47 대 1을 기록했다. 84㎡가 3순위에서 21.9 대 1, 70㎡가 1순위에서 8.1 대 1로 각각 순위 내 최고 경쟁률을 보이면서 중소형 평형 인기를 이끌었다.

청약 열풍과 맞물려 아파트 분양권 시장도 인기를 끌고 있다. 5월 입주를 앞둔 부산진구 연지동 자이2차아파트는 소형 평형 위주로 5000만원 이상 웃돈이 붙어 있다. 덩달아 대형 미분양 물량도 지난해 말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북구 화명동 롯데캐슬카이저1차 분양권도 3000만원가량 웃돈이 붙어 거래될 정도다.

서부산 아파트 청약 경쟁률 치솟고 분양권 웃돈 붙어

서부산권 부동산이 뜨는 이유는 뭘까. 뭐니 뭐니 해도 제조업 경기 활성화가 불을 지폈다. 서부산권은 그간 부산 내에서도 낙후 지역으로 평가받던 곳.

하지만 최근 녹산공단 내 르노삼성 등 자동차 관련 회사, 성광벤드, 태광, 오리엔탈정공 등 조선·해양기자재 회사들이 살아나면서 관련 인력들의 이주에 불을 댕겼다는 게 정설. 더불어 지난해 12월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거제 쪽 조선업체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값, 교육 등의 이유로 서부산권을 주목하면서 최근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가속화시킨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거가대교는 총 연장 8.2km로 부산시 강서구 천성동(가덕도)와 경남 거제시 장목면을 잇는다. 거제~부산 간 통행 거리는 종전 140km에서 60km로 확 줄어들었다. 통행시간 역시 2시간 10분에서 40분으로 무려 1시간 30분이나 단축됐다.

부산 인근 김해 지역 부동산 공급이 최근 주춤했던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부산,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베드타운(bed town) 역할을 했던 김해 지역은 최근 들어 아파트 분양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율하지구 등의 주택 공급이 지연된 것이 컸다. 덕분에 교통여건, 기반시설이 좋은 서부산권으로 부동산 수요가 몰렸다.

김해~사상 간 경전철도 호재로 꼽힌다. 이 경전철은 부산 사상구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김해 삼계동 간을 연결한다. 총 연장이 23㎞로 전철역은 21곳이 신설된다. 이 가운데 9개 정거장이 부산, 나머지 12개 정거장은 김해 지역에 조성된다. 김해 차량기지에서 부산 지하철 사상역까지 38분가량 걸린다. 종전 1시간 10분보다 30분가량 단축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부산도시철도 4호선도 국내 첫 경전철로 개통돼 부산 부동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강서국제물류단지와 명지국제신도시 개발 가시화도 실수요자를 서부산 쪽으로 불러들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다 명지신도시와 강서국제물류단지의 토지보상금이 풀리면서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움직임도 가세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2000년대 중반 김해시 주촌덕암 일반산업단지 토지보상 덕분에 갑자기 목돈을 만지게 된 사람들이 상가, 아파트, 임야 등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2000년대 초반 3.3㎡당 250만~300만원 하던 아파트 가격을 최근 600만원대까지 올리는 데 일조했다"라고 전했다.

물론 서부산권 상승세에 밀려 동부산권 부동산 시장이 죽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분양 당시 평균 20 대 1 이상 경쟁률을 보였던 해운대자이는 분양권 매물이 쏙 들어간 상태다. 웃돈만 7000만원가량 붙어 있을 정도다. 해운대 마천루 경쟁도 뜨겁다.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에 들어설 예정인 108층 월드비즈니스센터(WBC 솔로몬타워)가 지난해 말 건축설계 변경 허가를 받았다. 이어 해운대구 중동에 들어설 예정인 108층 해운대관광리조트에 대한 건축 심의가 시작됐다. 두 초고층 건물의 높이는 WBC가 418m, 관광리조트가 477.8m 수준. 완공 예정 시기도 둘 다 2016년이다. 서울, 수도권 못지않게 부산에서도 마천루 경쟁이 한창이다.

해운대 마천루 경쟁도 한창

부산 부동산이 활황세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지난 4~5년간 부산에 신규 공급 물량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파트 인허가 물량도 크게 줄었다. 그 배경에는 산재된 미분양 물량을 빼놓을 수 있다. 부산 미분양 아파트는 2008년 말 1만3997가구, 2009년 말 9200가구에 달했다. 미분양이 넘치니 건설사들도 신규 공급을 기피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급불균형 탓에 미분양이 줄고 신규 공급 물량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가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지원책을 내놓은 것도 효과를 봤다. 덕분에 부산 일대 미분양 아파트도 지난해 12월 기준 3458가구로 대폭 줄었다.

김종선 리치에셋 이사는 "통상 인허가 시점부터 입주까지 2~3년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까지 수급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당장 올해 입주 물량도 1만가구 이하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부산에 주로 중대형 규모 주택들이 많이 공급돼 소형 주택 수급불균형 문제가 두드러졌다"며 "덕분에 부산 지역도 소형 주택 가격 상승세가 돋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원인은 전세가격 강세다. 부산 전세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데다 아파트 가격도 전국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상승하다 보니 전세수요가 매매로 전환됐다는 얘기다.

김일수 씨티프라이빗뱅크 팀장은 "2007~2009년 미분양 증가로 분양 물량이 급감한 반면 재개발·재건축 지역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전세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며 "부산 지역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0% 이상을 넘는 가운데 해운대 주변 아파트 매매가격 강세, 분양 성공 분위기가 주변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인터뷰 국내 첫 경전철 시대 개막한 안준태 부산교통공사 사장

도시철도 4호선으로 낙후지 교통여건 개선 부산도시철도 4호선이 개통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경전철로 의미가 있는데요.올 1월 3일부터 시운전을 해왔고 3월 30일 개통 예정입니다. 미남에서 안평역까지 총 12.7km로 정거장은 지하 8개역, 지상 6개역 등 총 14개입니다. 총 사업비는 1조2616억원입니다. 이번 경전철은 여러 의미가 있는데요. 일단 전국 최초로 부산에서 경전철 시대를 개막했죠. 용인경전철은 민자사업이라 자금 부담 논란이 크지만 저희는 재정사업으로 진행돼 그런 걱정이 없습니다. 또 철도기술연구원이 캐나다,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국산화해 개발했지요. 이와 함께 기존 1~3호선 도시철도와 합해 총 연장이 108.5km로 부산도시철도 100km 시대를 개막했습니다. 기관사 없는 무인 경전철로도 의미가 있고요. 국산 KTX가 수출을 추진하는 것처럼 저희 경전철도 앞으로 수출을 할 수 있다고 봐요.

경전철로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텐데요.

이번 경전철은 상습 교통정체구역인 충렬로와 반송로 교통환경을 개선하고 동래, 서동, 석대, 반송 주민들의 교통편의도 높일 예정입니다. 특히 낙후 지역이었던 서동, 석대, 반송 지역 개발을 촉진할 거고요. 벌써부터 경전철 역세권 주변 부동산시장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개통 발표 이후 집값이 20% 이상 오른 지역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부산도 서울, 수도권처럼 바다 조망, 역세권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아 부동산 투자 가치를 높이는 데 경전철이 영향을 미칠 겁니다.

부산도시철도는 개통 25주년을 맞았는데요.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보시는지요.

부산교통공사는 서울메트로, 인천메트로 등 다른 지역 기관이 운영만 맡는 것과 달리 유일하게 도시철도 건설과 운영을 동시에 하는 기관입니다. 그만큼 지금까지 기술력과 운영 경험을 충분히 쌓아왔지요. 또 저희 도시철도는 자가용, 버스와 경쟁관계인데요. 지난해 기준 도시철도는 1일 승객 75만3000명, 총 승객은 2억7481만8000명입니다. 대중교통 분담률은 2009년 말 기준 13.9%로 아직까지 버스에는 못 미칩니다. 하지만 도시철도 4호선 개통을 맞아 승객이 점차 늘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유가 시대에 자가용 사용을 줄이고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철도를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올해는 일평균 승객 80만2000명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이를 위해 도시철도의 안전성, 정시성, 쾌적성, 경제성, 건강성 등을 강조하고 부산권 대중교통 광역환승제를 추진할 겁니다. 부산, 양산, 김해 간 광역환승제 도입으로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 3월까지 도시철도, 시내버스, 마을버스, 경전철에 광역환승할인제를 적용하고 4월부터 환승할인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97호(11.03.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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