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반토막' 현실로..대처법은?

2014. 2.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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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천에서 전세살이를 하는 직장인 D씨는 요즘 화병이 나 밤잠을 설칠 지경이다. 2011년 말 맺은 2년 임대차계약이 지난해 끝났는데 집주인은 보증금 1억원을 돌려줄 기미조차 없다. '세입자를 구하면 보증금을 받아 돌려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하지만 이사 갈 집을 봐둔 상태다 보니 집주인 사정을 헤아릴 처지가 아니다. 그는 "전세 들 때 보증금 깎아 달라고 집주인에게 사정해도 안 먹혀 빚까지 내 들어왔는데 이제는 '배째라'는 식"이라며 "집주인에게 보증금반환소송을 위한 내용증명을 보내 보고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경매 절차라도 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2. A씨는 2년반 전 4억원의 아파트에 전세금 2억원을 주고 들어갔다. 당시 그 집에 대출 1억5000만원이 있어 께름칙했지만, 주변 시세보다 3000만원 정도 싸다는 얘기에 결국 계약을 했다. 하지만 집주인이 이자를 못 내자 경매가 진행됐고, 그동안 집값이 더 떨어져 2번 유찰된 후 감정가 3억4000만원의 75% 수준에 불과한 2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은행이 먼저 대출금을 회수하고 A씨는 1억원이 채 안 되는 금액만 손에 쥐었다. A씨는 "임차인으로서 보호를 받겠다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모두 제대로 했는데, 이번 일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3. B씨는 전세금 2억5000만원짜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아파트에는 B씨가 이사 온 다음, 8000만원의 가압류가 등기부에 올라 있다. B씨가 분양받은 아파트의 입주예정일이 오는 5월이기 때문에 만기 3개월 전부터 임대인에게 만기일에 꼭 나갈 수 있도록 수차례 전화로 부탁을 했다. 그때마다 임대인은 "시세대로 중개업소에 내 놓았으니 빼나가라"는 답변만 계속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집값은 하락하고 전세금은 상승하는 시대에 임차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거주하고 있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의 절반이나 못 받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또 만기가 됐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임대인은 다음 임차인이 들어와야 빼줄 수 있다고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이 집에는 얼마 전 가압류가 걸려 있어 사실상 들어올 세입자가 없다. 이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면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다.

이런 경우 다른 방도가 없을까. 이인덕 전 서울시청 임대차상담위원의 조언을 받아 전세 들어갈 때와 나올 때 2가지 경우로 나눠 임차보증금을 지키는 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우선 A씨의 사례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깡통전세'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우선변제권이 A씨에게는 적용이 안 된다. 보호 대상이 되는 금액한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 '대출금+전세금', 집값 대비 70% 이하인지 체크

이인덕 상담위원은 "여기에서 70%는 철칙은 아니다"라면서 "시세 하락과 경매로 넘어갈 때의 낙찰가율을 추정해 60~80% 사이에서 융통성을 가지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문제는 전세금의 시세와 안전한 보증금의 차액이다. 위의 사례에서 전셋값이 2억5000만원 이라면 약 1억5000만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이 차액을 월세로 바꾸는 이른바 '반전세(보증부월세)'가 최근 늘고 있다.

◆ 보증금 1억이면, 월세 50만원으로…

보증금 대신 월세를 낼 경우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관련 법령에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4배 또는 10% 중에서 낮은 비율'이라는 한도를 정하고 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의2, 시행령 제9조).

그러나 실제 거래 현장에서는 이 한도보다 낮은 수준에서, 시중의 금리 변동과 전월세 수요공급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있다. 최근 보증금 1억원이면 월세를 40만~50만원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종종 목격되고 있다.

이는 월이율 0.4~0.5%에 해당되며, 연이율로는 4.8~6%가 된다. 즉, 은행 정기예금 이율의 약 2배 수준인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 x 2배 이하 = 월세 환산율' 계산법이 거래의 가이드라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우선변제 받을 임차인의 범위와 우선변제금액.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3~4조

이 위원은 "물론 여기에는 약간의 가감 요인이 있다"며 "상가는 주택보다 환산율이 더 높고, 보증금이 고액일수록 환산율은 내려간다"고 말했다.

만기가 됐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B씨 사례의 경우 집값은 내려가 있고 거기에 가압류까지 걸려 있어 시세대로 전세금을 내고 들어올 임차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임대인은 보증금을 받기 전에는 내줄 돈이 없으니 기다려보자고 막무가내로 버틸 게 뻔하다. 그런데 B씨는 분양받은 아파트에 제 날짜에 못 들어가면 잔금 연체금과 관리비를 물게 된다.

물론 법대로 하면 임차인 B씨가 승소한다. 하지만 문제는 시일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데 있다. 지급명령이나 판결문을 받는 데만 3~6개월 걸리고, 다시 경매 신청해 배당받는 기간까지 합치면 1년이 훌쩍 넘어간다.

이인덕 위원은 "이 경우 유감스럽게도 해결의 왕도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 같은 '나몰라' 임대인을 상대하는 차선책은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B씨가 해야 할 일을 무엇일까.

◆ '나몰라' 임대인에게는 만기 2~3개월 전 내용증명을 통한 해지 통보

만기를 약 2~3개월 정도 남긴 시점에서 더 이상 구두로 하지 말고 내용증명을 보낸다. 말로 한 경우 상대방이 못 들었다고 하면 그 때부터 만기가 다시 3개월 늦춰질 수도 있기 때문.

만기일이 다가와도 다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이사 날짜를 잡지 못하면, 임대인을 보다 강하게 압박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임차인에게 발생할 손해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이를 임대인에게 청구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임대인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 경우 법의 판단은 어떻게 될까.

◆ 특별한 손해, 미리 알려줘야 배상청구 가능

이른바 '보증금 돌려막기'의 관행에 경종을 울린 판례가 있다. 만기가 됐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들어갈 집의 계약금을 몰취당한 임차인의 손해를 임대인이 전액 배상하라는 것이다(서울서부지방법원 판결 2007나6127).

이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임차인이 계약금을 몰취당할 것이라는 사정을 임대인이 알고 있었기에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위원은 "B씨의 경우도 잔금연체금이나 관리비를 배상 청구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에게 미리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인이 적극적인 해결의 노력을 보이고 임차인도 어느 정도 기다려주면서 원만히 풀어가는 방법이 바람직하다"며 "소송은 웬만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 전세보증금 돌려줄 때 '가압류' 확인

한편, 임대주택을 산 집주인이 세입자의 가압류 여부를 모르고 보증금을 돌려줬다면, 보증금채권을 가압류 한 채권자에게 집주인도 돈을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주택임대차 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임대주택이 양도되면,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와 더불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 지위도 승계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신용보증기금이 E씨를 상대로 낸 추심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E씨는 2007년 8월 집을 산 뒤 같은해 10월 세입자 F씨에게 보증금 3000만원을 돌려줬다. E씨는 신용보증기금이 지난 2005년 이미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가압류 결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후 2009년 신용보증기금은 F씨를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돈을 다 받을 수 없게 되자 E씨에게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가압류 효력을 주장하면서 19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E씨가 가압류 사실을 모르고 보증금을 반환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며 E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 역시 "임대주택 양도로 가압류의 효력이 상실됐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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