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쉬우니 이혼도 쉽게 하는 겁니다"

황윤정 입력 2011. 3. 9. 15:00 수정 2011. 3. 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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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 '한국인의 에로스' 펴내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조선조 때까지 결혼식에 1박2일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상업 예식장에서 30분이면 다 끝납니다. (1970년대 정부에서) 가정의례준칙을 제정해 시행하면서 (고유의 혼례 풍습이) 무너지고 국적도 없는 상업 예식장을 떠돌아다니게 된 겁니다. 결혼을 쉽게 하니깐 이혼도 쉽게 하는 겁니다."

한국학 석학인 김열규(79) 서강대 명예교수가 남녀 간의 사랑을 탐구한 '한국인의 에로스'(궁리 펴냄)를 최근 출간했다.

김 교수는 9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그동안 전통적으로 예의범절로서의 남녀관계만 얘기했지 남녀 간의 '가슴과 가슴의 사랑' '몸의 사랑'을 말하는 것은 금기였다"면서 "현실적으로는 이런 금기가 부서졌는데 이론적으로는 아직 정리가 안 돼 이번에 책을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김 교수는 신화시대부터 조선 시대 말까지 신화와 전설을 넘나들며 남녀 간의 사랑을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낸다.

김 교수는 특히 인륜대사인 결혼에 주목한다.

조선 시대에는 남성이 남녀관계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는데 결혼만큼은 여성이 '우월권'을 갖고 진행함으로써 이러한 남녀관계를 보완했다고 설명한다.

"남녀관계는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고대 부여에서는 '하늘의 왕'인 해모수가 '강물의 신' 하백의 딸인 유화를 약탈하다시피 데려왔습니다. 화가 난 하백이 딸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는데 유화가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해모수가 하백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유화를 데리고 처가를 찾아가는데 하백이 해모수에게 겨루기를 하자고 합니다. 해모수가 겨루기에서 이기자 하백은 해모수를 사위로 받아들입니다. 해모수는 두 번 장가를 간 셈입니다. 중혼제(重婚制)입니다. 남녀가 실질적으로 맺어지는 '사실혼'과 처가에서 이를 인정해주는 '합법혼'을 말하는데 조선조에 들어와서도 혼례에 있어서는 여성이 결정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해모수가 그랬듯이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장가를 들었습니다."

"전통 혼례는 한집안의 축제이자 마을 축제였다"고 말하는 김 교수는 전통 혼례와 30분 만에 예식장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끝나는 오늘날의 결혼 문화를 비교하며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다.

서강대 국문학 교수, 하버드 옌칭연구소 객원교수를 지낸 김 교수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활발하게 저작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91년 고향인 경남 고성으로 낙향, 해마다 한 권 이상의 책을 집필하고 강연을 해오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 신화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며, 일간지에 연재한 글도 엮어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참 이상한 게 하루에 4-5시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건강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글 쓰는 게 바로 건강관리법입니다. 글쓰기는 제 건강과 목숨을 지켜줍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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