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초연금과 묶인 국민연금 '신뢰 추락'

송윤경 기자 2014. 1. 2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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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가입기간 연장 3대 제도 신청 일제히 급감

손모씨는 오는 9월이면 국민연금 수급자격을 얻게 되는 만 61세가 된다. 그는 1989년 직장에 다니면서 국민연금에 가입했고, 외환위기가 한국을 휩쓸던 1998년에 명예퇴직을 했다. 1989~1998년 사이에 이직기간이 있어 국민연금 수급조건(최소 10년 가입)을 채우지 못한 채 회사를 나왔다. 퇴직 후엔 생활이 어려워 그동안 낸 보험료를 바탕으로 일시반환금을 받아 썼고 소득이 없는 납부예외자로 인정돼 더는 보험료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수급은 기대를 접은 터였다.

그러다 2012년 말, 예전에 받았던 일시반환금을 이자를 더해 공단에 돌려주면 노령연금(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고, 또한 그동안 내지 않았던 보험료를 반납(추후반납)해 가입기간을 최대한 늘리면 월 연금액도 더 늘어난다는 정보를 접했다. 그는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향에 있는 땅을 처분할까' 생각하고 계속 망설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정부가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차등지급안을 발표하자 마음이 흔들렸다. 노령연금(국민연금) 수급 조건인 가입기간 10년만 맞추고 그 이상 기간을 늘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목돈을 만들기도 수월치 않은데 (국민연금 수령액을 늘리려고) 추가 납부까지 해서 기초연금에서는 손해까지 보는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3대 제도의 신청 건수가 지난해 일제히 급감한 것은 국민연금의 신뢰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청산'의 의미로 받았던 일시반환금을 반납하거나 그간 '납부예외자'로 인정받아 내지 않았던 보험료를 한 번에 납부해 가입기간을 복원하는 추납 제도, 그리고 연금 수급개시 연령 60세(지난해부터는 61세)가 넘어서도 계속 보험료를 내 가입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제도는 그간 신청 건수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반환일시금 반납제도 신청 건수는 2008년 1만9801건에서 2012년 10만7195건으로 늘었다. 추후납부 제도 역시 2008년 9330건이었지만 2012년엔 5만5853건으로, 임의계속가입 신청 건수는 3만7107건에서 16만129건으로 4~5배씩 급증했다. 2008년에는 국제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컸음에도 노후를 대비해 가입기간을 연장하려는 이들이 꾸준히 많았던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이 2009년부터 노후설계 서비스 등 적극적인 상담사업을 펼쳐 이 제도가 알음알음 알려진 것도 주효했다.

하지만 가입기간 연장 신청 건수가 2013년 처음으로 대폭 낮아졌다. 민주노총 측은 이를 두고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안과 같은 정치적 요인 때문에 그동안 쌓여왔던 국민연금의 신뢰가 흔들리는 결과가 초래됐다"며 "임의가입자 가운데 자발적 탈퇴가 지난해 폭증한 것과 같은 맥락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2012년 평균 1081명이던 '임의가입자 자발적 탈퇴자'는 2013년 2609명으로 급증한 상태다. 민주노총 이재훈 정책부장은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부의 기초연금안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과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민연금 저급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기초연금마저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별지급하는 것은 노후빈곤이 심각한 현실을 생각할 때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은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안의 2월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애초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이 '국민연금 연계 차등지급'이었으나 대선 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경향신문 1월21일자 1면 보도)는 사실이 공개된 데 이어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장 중단 사태가 벌어지는 것으로 확인돼 국민연금의 신뢰 약화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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