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이자스민·길정우, 위안부 기림비 설치에 반대했다

입력 2014. 1. 8. 17:09 수정 2014. 1. 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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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국·일본에도 설치된 기림비 국회 설치 결의안 유보돼…길정우 "한일 '과거사' 전면전 우려"

[미디어오늘 김유리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해 국회에 기림비 설치를 요구하는 결의안에 이자스민,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등에 따르면 여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남윤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설치 촉구 결의안'(이하 기림비 설치 촉구결의안)에 대해 토론했다.

기림비 설치 촉구결의안은 △일본 정부에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죄 및 법적 배상, 역사 왜곡 중단 및 올바른 역사 교육 촉구 △국회에 기림비 설치 △정부에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및 법적 배상 촉구 외교 활동 지속적 강화 및 기림비 설치 등 기념 사업 확대 촉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남윤 의원은 "일본 오키나와현, 미국 뉴저지주 등에 기림비가 설치됐고 특히 버겐카운티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기림비 건립 계획을 수립해 추진했으며 국내에서도 일본대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되는 등 기림비 설치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며 "자라나는 세대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국회에 기림비를 설치할 것을 결의하며 정부도 기림비 설치 등 기념사업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결의안은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된 후 11월 7일 여가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나 12월 16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시민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22년재 1108회 수요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CBS노컷뉴스

이자스민 의원은 이 회의에서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이 부분이 여가위와 외통위 생각이 굉장히 달라 애매하다"며 "다른 의원들 이야기로는 일본은 특히 '위안부' 관련된 것은 굉장히 인정하고 싶은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괜히 건드려서 외교 차원에서는 더 안 좋을 것 같다는 말이 많아서 굉장히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태풍 피해를 입은 필리핀에 희생자 추모 및 복구 지원 촉구 결의안을 내며 '인도적' 지원을 강조했던 때와는 달리 이번 기림비 설치 촉구결의안 채택에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치열

같은 여가위 소속이지만 법안소위 위원이 아닌 길 의원은 이 회의에 의견서를 제출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길 의원은 의견서에서 "지난 (12월) 10일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 소장 조선대원수 투구·갑옷 반환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는데 실천 가능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정치적인 메시지만 담긴 결의안이 본회의에 올라오면 의원들에게 부담을 줄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남윤인순 의원은 "미국도 지방정부에서 추진 하고 있으며 위안부 관련한 여러 가지 박물관 등 사업을 지금 정부가 하고 있기 때문에 기념 사업 일환인 이 기림비 설치에 정부가 나서지 말아야할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남윤 의원은 또 외교적 마찰 우려에 대해 "한일 관계가 20년 동안 진척이 안 됐는데 이 위안부 문제 가지고 민간에서 할 때부터 (정부는) 수 없이 안 된다고만 했다"며 "대한민국의 포지셔닝은 (일본을)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림비 설치 촉구안은 여가위 법안소위에 계류된 채 한일 간 외교적 노력과 관계 회복 상황 등을 지켜본 후 2월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말 아베 신조 총리는 끝내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주변국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한일관계도 이들 새누리 의원의 기대와 달리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길 의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으로서 정대협 측 변호사들과 일본 의원연맹 소속 자민당 의원들을 통해 일본의 법적 책임, 공식 사과, 배상 관련한 논의를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그 추이를 조금 지켜보자는 취지였다"며 "현재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국면이 달라지긴 했지만 기림비 설치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김복동 할머니가 8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22년째를 맞은 1108차 수요집회에 참석, 소녀상 앞에서 섰다.ⓒCBS노컷뉴스

하지만 길 의원은 국회 내 기림비 설치에 대해 반대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 국회 내에 기림비를 설치해야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다"며 "이는 국회가 일본과 '한일 과거사' 문제로 전면전을 한다는 뜻으로 일본 일반 국민에게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자스민 의원은 여러 차례 다각도로 인터뷰를 추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같은 의견은 새누리당 전체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가위 법안소위 소속인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회에 기림비를 설치하게 되면 외교적인 문제도 있지만 비슷한 모든 사안을 국회에 가지고 와 상징물을 설치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도 있는 것"이라면서도 "새누리당 전체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림비 설치에 유보적"이라고 말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기림비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교육과 추모 의미를 담은 동시에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침묵하고 죄인시 해왔던 지난 역사에 대한 반성 의미도 담긴 것"이라며 "늦었지만 지금 국회에서 기림비를 세운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로 적극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상임대표는 이 의원에 대해 "필리핀 출신 여성이라기보다는 인도네시아든 어디든 이 의원은 태풍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지원하자는 마음으로 당시 필리핀 피해지원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 마음이 있다면 똑같이 위안부 여성에 대해서도 아픔을 기리고 기억과 교육을 통해 재발방지를 촉구하겠다면 이번 기림비 설치가 기본적인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상임대표는 이어 "'위안부' 할머니들은 2010년 동경 대지진 당시 태풍 피해를 입은 현장에서 성폭력 당한 여성들이 있다고 해 150만엔을 지원했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은 당신들이 원하지 않는 역사, 문화적인 상황이나 재난, 기후 변화 등 상황에서 피해 입은 사람에게 지원하는 게 진짜 인도주의적 마음이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매주 수요일 주관하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는 이날로 22년째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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