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쓴 고등학생 "학교 불려온 부모님 앞에서 각서"

정대연·김여란·허남설 기자 2013. 12. 2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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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앞두고 계속된 '안녕들'

크리스마스를 앞둔 24일에도 '안녕들 하십니까'는 계속됐다. 대학생·청소년들은 기발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4개 청소년단체가 "청소년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대자보 부착을 막는 학교와 교육부 등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청소년단체 회원들이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소년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교육부와 교육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 자리에선 학교 안에 대자보를 붙였다가 재발방지 각서를 쓰고 부모가 학교에 불려간 경남의 한 고등학생 사례가 발표됐다. 이 학생은 대학생들의 '안녕들…' 대자보를 보고 입시 경쟁 등 고등학생들의 현실을 적어 급식소 앞에 부착했다. 친구들 반응도 좋았다. 그러나 학생부장 교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졸업할 때까지 이 같은 일을 다신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해 부모까지 학교에 불려온 가운데 각서를 써야 했다.

학생들은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낸 공문에서 '안녕들…' 대자보가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고 주장한다"며 "교육부가 말하는 '면학'은 군말 없이 입시와 취업을 위한 공부만을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본부가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 앞에서는 '안녕하지 못한' 대학생 20명이 검은색 옷을 입고 길에 누워 민주주의와 상식이 죽었음을 표현했다. 참가한 학생들은 "지난 22일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한 경찰의 강제 진입은 공권력 남용"이라며 "학생들이 힘을 보태 철도 민영화를 막아내겠다"고 선언했다.

성균관대 박귀란씨(21)는 "22일 경찰의 체포 작전을 보며 2009년 용산참사가 생각났다"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짓밟는 게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국민 행복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 명동에서는 대학생 10명이 모여 철도 민영화의 부작용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복장을 한 학생들은 루돌프가 민영화돼 더 이상 크리스마스 선물을 배달하지 못하는 상황을 몸으로 표현해 많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안녕들…' 대자보를 처음 쓴 고려대 주현우씨(27)는 "명동 거리에 나온 연인들에게 유쾌한 방식으로 주장을 전달하고 싶었다"며 "정부의 철도 민영화 시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걸 사람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정대연·김여란·허남설 기자 ho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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