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사실' 보고도 거짓말하는 아베

김하나기자 2013. 10. 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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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일 관저에서 후쿠시마(福島)산 쌀을 먹고 있습니다. 풍문에 현혹되지 말고 실제로 맛봐 주시길 바랍니다."

15일 열린 일본 임시국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밝힌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문제에 대한 일성은 '현혹되지 말라'였다. "음식과 물에 미치는 영향은 기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는 게 아베 총리의 주장이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따르면 잇단 오염수 유출 사고,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상승하고 있는 방사능 물질 농도 등 악화일로의 현실은 '풍문'이고, 오염에 대한 우려는 '속은 것'인 셈이다. 도쿄(東京)의 2020년 올림픽 유치가 확정됐던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오염수는 원전 항만 내부에 통제되고 있다"고 발언해 국제적 거짓말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또다시 등장한 일방적 단언이다.

같은 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바다 유출을 막기 위해 지하수를 퍼올리고 지수제를 주입하는 등의 고육책이 "바다 쪽에서 효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해양 오염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10월 들어 원전 취수구 인근 바닷물의 세슘137 농도가 ℓ당 100베크렐(㏃) 전후로 기준치 90㏃을 웃돌고 있다는 도쿄전력의 발표도 있다. 후쿠시마 원전의 상황은 풍문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는 안전성만 강변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대책은 제시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날 밝힌 대책은 "국가가 전면에 나서 책임을 완수하겠다"는 것뿐이었다. 일본 언론에서도 "국가와 도쿄전력이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다"(마이니치(每日)신문)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의지'라는 표현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도전도 의지만 있으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3년째 수습되지 않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문제는 의지만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인 후쿠시마 문제를 극복하려면 지도자인 아베 총리가 먼저 솔직해져야 한다. 아베 총리가 IOC 총회에서 호언장담한 '오염수 통제'를 실현하는 열쇠는 후쿠시마의 현실을 직시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있다.

김하나 국제부 기자 han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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