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 없다고 명강사 교체 안돼" 대학의 권위에 '반기'
"4년 동안 들은 과목 중에 가장 수업다운 수업이었는데, 다른 사람이 이 강의를 한다니 말이 안됩니다. 하 소장님을 돌려주세요."(배감사씨·인천대 총학생회 홈페이지)
인천대가 5년 동안 교양과목 '한국사회와 노동문제'를 강의해온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사진)을 박사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교체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2006년 개설된 '한국사회와 노동문제'는 매 학기 학생들의 강의평가에서 최고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온 인기 강의다. 2005년 당시 총학생회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강의'라며 학교 측에 개설을 요구한 뒤 강사로 하 소장을 위촉했다.
하 소장은 예비노동자인 대학생들에게 노동법과 노동현실을 가르쳤다. 30년 가까이 노동현장을 누비며 노동자교육 전문가로 활동한 경험을 수강생들에게 전해줬다. KTX 여승무원 등 파업 노동자들을 초청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수업방식도 인기를 끌었다.
강의를 들은 이재준씨(경영학과 4학년)는 "이 강의가 최상의 평가를 받은 것은 수업이 쉽거나 학점을 잘 줘서가 아니다. 다른 강의를 통해 배울 수 없는 '노동자가 될 준비'를 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천대 측은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변호사, 회계사, 기술사 등 자격 소지자'만 강사를 맡을 수 있다는 학칙을 들어 하 소장 교체를 결정했다. 하 소장 대신 2011년 1학기부터 강의를 맡을 김모씨는 인사관리를 전공해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기업체 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의명은 유지되지만 강의 성격이 '노동자 입장'에서 '경영자 입장'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인천대에선 강의를 수강했던 학생들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석재씨(법학과 4년)는 "강의를 듣고 나면 노동문제에 대해 하 소장님이 누구보다 전문가임을 느낄 수 있다. 박사학위가 없다고 강사를 바꾼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유달진씨(정치외교학과 2년)는 "학생들이 요구해 만든 강의이고 학생들이 선정한 강사인데,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교체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학생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쓰고 교무처장을 면담하는 등 하 소장 복귀를 요구할 계획이다.
인천대 관계자는 "학칙에 위배되는 사안이라 예외를 두긴 힘들다. 다만 특강 형태로 유지하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소장은 "당사자로서 직접 나서기는 어려운 문제"라며 "학생들이 진지하게 임해줘서 놀랍고 고맙다"고 했다.
<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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