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한 기초연금] "왜 어르신들한테만 사과? 우리도 피해자인데.."

정승임기자 송옥진기자 2013. 9. 27.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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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별 반응 온도 차'반토막' 30, 40대 반발 커"모두 다 준다더니 이제와.." 부유층 노인들도 불만

"대통령은 왜 노인들한테만 사과합니까? 기초연금이 절반으로 깎인 우리가 진짜 피해자인데…."(30대 직장인)

"죽기 전에 20만원 못 받는 줄 알았는데 내년부터 받는다니 좋네요."(80대 노인)

박근혜정부의 기초연금 최종안이 발표되자 세대별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월 20만원을 받게 된 대다수 노인들은 반색하고 애초 예상한 기초연금액의 절반만 받을 청년층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월 10만원 남짓한 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김복순(80)씨는 당장 내년 7월부터 두 배 오른 20만원을 받는다. 소득이 한 푼 없는데도 자녀에게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었던 김씨는 노령연금 10만원,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8만원 남짓한 교통비와 자녀들이 주는 용돈을 포함해 50만원으로 한 달을 산다. 김씨는 "노인에게 10만원은 큰돈"이라며 "살아 생전에 20만원을 받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차상위계층 조정임(74)씨도 "20만원으로 오르면 매달 26만원씩 내는 월세 부담을 덜게 돼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색했다. 김씨와 이씨처럼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앞당겨 받는 65세 이상 노인은 현재 기준 353만명으로 전체 노인의 59%다.

일부 노인들은 소득 상위 30%가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실망했다. 지하철 택배로 월 수입이 25만원인 이은영(71)씨는 "소득이 적지만 서울에 집이 있어서 대상이 될 지 모르겠다"며 "모든 노인에게 준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이런저런 이유 붙여가며 안 준다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반색하는 대다수 노인들과 달리 현행법에 보장된 액수의 절반을 받게 될 30~40대는 분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공약이 없었다면 현행법에 따라 2028년에 노령연금이 월 20만원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현 정부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14년 기준 20년, 2028년 기준 30년이 넘으면 월 10만원만 받도록 설계돼 국민연금 장기가입자가 될 현재 청년층은 대부분 20만원을 못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녀 셋을 둔 직장인 강명수(36ㆍ국민연금 가입 7년)씨는 "220만원 월급으론 노후준비는커녕 아이들 뒷바라지하기도 벅차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노후를 기댈 생각이었는데 절반이 깎인다니 화가 난다"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대폭 낮춘 것도 모자라 기초연금 액수마저 깎는 것은 우리 세대를 두 번 배신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 대통령이 어르신들에게 기초연금을 모두 지급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는데 진짜 사과는 우리한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의 '2028년 노령연금 20만원'약속은 2007년 연금개혁 당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60%에서 40%로 대폭 삭감돼 불안해진 청장년층의 노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

직장인 김진호(30ㆍ가입 1년)씨도 "부모님 세대는 고용도 안정됐고 국민연금도 많이 받는 데다(소득대체율 60~70%) 부동산 투기, 저축, 주식 투자 등 자산을 불릴 수단이 많았다"며 "그에 비해 나는 쥐꼬리만한 월급(월 130만원)에만 기대야 하는 상황이라 유일한 노후 대비수단이 연금인데 (정부 발표로)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 40%는 가입기간 40년을 가정한 경우인데 실직과 짧아진 정년 때문에 실제 가입기간은 평균 25년에 불과하다"며 "미래세대의 노후에 대해서도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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