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活路를 열자] [1] 임대료 감당 어려운 '렌트 푸어'는 238만 가구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47)씨는 다음 달 전셋집 재계약을 앞두고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안 올릴 테니 대신 월세로 30만원을 더 달라"고 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김씨는 "차라리 집을 줄여 이사하자"고 했으나 부인은 "지금도 좁은데 어떻게 더 좁은 곳으로 가느냐"며 반대했다. 김씨는 "대출 이자에 월세까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 막막하다"고 했다.
김씨는 2005년 서울 동작구에 있는 전용면적 84㎡ 아파트에 1억8000만원을 내고 전세살이를 시작했다. 2009년 재계약 때 전세금 5000만원을 올려줬고, 2011년에는 반(半)전세로 돌리면서 월세로 50만원을 올려줬다. 여기에 월세 30만원을 더 올려주면 은행 이자까지 합쳐 임대료만 11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김씨의 한 달 월급(320만원) 중 3분의 1 이상이 반전세 임대료로 사라지는 것이다. 김씨는 "전세금이 올라 이젠 가족끼리 외식 한번 가는 것도 겁난다"고 말했다.
최근 4~5년 사이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전세금과 전세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생활고에 허덕이는 '렌트 푸어'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주거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의 30% 이상을 집세로 사용하는 '임대료 과부담 가구'는 238만4000가구로 2년 전보다 25.3%(48만2000가구)가 늘어났다.
전·월세 가격 상승은 나라 경제에도 주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실질 전세 가격(소비자물가를 반영한 전세금)이 1% 오를 때마다 소비도 단기적으로는 0.37%, 장기적으로는 0.18%씩 줄어들어 소비가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가격은 2009년부터 지난 8월 사이 39.5% 급등했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전·월세난은 렌트 푸어를 양산하고 내수를 위축시켜 국가 경제를 궁핍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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