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오르는 전셋값..'90년대 일본화' 경고음

2013. 9. 2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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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근 보름새 수도권 상승률 0.59%

"가계주거비 급격하게 증가

내수경기 장기침체 부를수도"

정부의 8·28 전월세 대책이 발표된 뒤에도 전세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가계의 부채 확장을 통한 '집값 띄우기'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부동산 대책 무용론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전세난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면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의 일본처럼 우리 경제가 장기간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21일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8·28 대책의 기대효과로 매매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9월 들어 둘째 주까지 전국 매매가격 평균 지수는 0.11% 올랐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보름 사이에 0.1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의 경우 5월 말 이후 14주간 연속 매매가격 지수의 하락세가 지속된 점을 고려하면, 8·28 대책이 주택 매매 시장을 상승세로 반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에 전세가격은 더 큰 폭으로 올라 전세난이 심화했다. 최근 보름 사이 전세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0.39%, 수도권 0.59%로 매매가격보다 각각 3배, 4배씩 높다. 이에 따라 9월 둘째 주 기준으로 매매와 전세가격 지수(2012년 11월26일 100 기준)의 차이가 전국은 -5.2포인트, 수도권 -7.5포인트로 감정원이 주간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이 벌어졌다. 전세 거주를 선호하는 세입자한테는 정부의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는커녕 더욱 깊은 시름에 빠져들게 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전세난을 불러오는 구조적 요인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공주거 늘리고 가계부채 해소 나서야

전문가들은 지금의 전세난은 일시적인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2000년대 중반 이후의 과도한 집값 상승에다 저금리의 장기화, 누적되는 가계부채, 가계 실질소득의 정체에 따른 주택 구매력의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 서영수 이사는 최근 정부의 전월세 안정화 대책 분석 보고서에서 "은행 예대금리와 최근 1년 동안의 주택가격 상승률을 적용한 기대수익률 등으로 이론적인 전세보증금을 산출하면 수도권의 경우 지금보다 4.5배가량 더 올라야 한다. 전세 비중이 높은 국내 주택공급 구조의 특성상 전세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버리면 매매가격이 따라 오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형태로 시장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주택구매 대출의 원리금 상환 압박이 점점 커지는 것도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 높인다. 8월 현재 기준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가계의 평균 원리금상환부담률을 추정하면 7.3%에 이르는 반면에 월세수익률은 3.5%, 전세수익률(예금금리를 적용한 전세보증금 운용수익률)은 1.5%에 그친다.

서영수 이사는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수준을 고려하면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정부의 기대처럼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옮겨갈 가능성은 낮다. 대신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무주택 가계의 주거비가 급격하게 증가해 내수침체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빚으로 빚을 막는 형태로 가계부채의 위험을 더욱 심화시키고 금융부실을 걷잡을 수 없게 확산시킬 수도 있다. 서 이사는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초반 부동산 거품 붕괴와 가계 주거비의 급격한 상승이 맞물려 내수경기의 장기침체를 불러온 사실을 상기시키며 '한국 경제의 일본화'를 경고했다.

이를 막으려면 주택 구매의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정책이 아니라 공공 주거복지를 확대하고 이미 위험 수준에 이른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이 급선무다.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은 정부 주도로 일부 채무자의 원금 탕감과 채권자의 손실 분담까지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서영수 이사는 "320만에 이르는 다중채무자부터 시작해 과감하게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일본화 가능성을 차단하고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는 근원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누적에 따른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와 금융부실의 확산 우려에는 동의하지만 일본화 가능성에는 반론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는 (전체 경제) 성장에서 민간소비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전체 거시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일본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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