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지는 2030] 전월세에 좌절하고..

2013. 9. 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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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출신으로 전문대를 졸업한 오석진(가명·26)씨는 지난해 2월 뿌듯한 마음으로 서울 신림동에 원룸 전셋집을 얻었다. 월세를 까먹고 살기보다 전세 보증금을 맡기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었다.

오씨는 최근 8년간 모은 전 재산 4500만원을 털어 전세 계약을 했다. 소중한 재산인 만큼 등기부등본을 떼어 집주인의 채무 상황을 확인하는 절차도 잊지 않았다. 가압류 등 별다른 사항은 없었고, 집주인이 "건물의 30가구 중 5가구만 전세 계약이라서 걱정할 필요 없다"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오씨의 주거지가 '깡통전세'로 판명되는 데는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세입자들이 모르는 사이 집주인의 채무는 급증했고, 오씨와 다른 청년들이 살던 다가구주택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오씨는 집주인의 거짓말도 그때야 알아채게 됐다. 세입 30가구는 모두 전세였고, 그 와중에 오씨는 이들 중 가장 마지막 후순위 채권자였다.

오씨는 청년 시민단체를 찾아다니며 자신의 사연을 알리는 한편 민사상 전세보증금 반환청구 소송까지 펼치고 있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집주인이 파산 신청을 하고 채무상환 능력이 없음이 증명되면 오씨의 후순위 채권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고용 현장에서 치이는 2030세대는 전월세시장 앞에서 다시 좌절하고 있다. 전세난의 정점에 있는 서울의 가구 수 중 1·2인 가구 비중은 절반에 가깝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수도권 지역의 1·2인 가구 비중은 63.0%까지, 비수도권은 53.8%까지 늘어난다. 1·2인 가구에서 사는 이들은 대개 청년층과 고령층이다.

민달팽이유니온, 금융정의연대, 서울청년네트워크 등 청년 시민단체들은 박근혜정부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 주거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주거 빈곤계층으로 편입되는 청년층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소득과 임대료의 격차를 줄이는 정상적인 전·월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고집한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청년층이 겪는 고통의 원인을 찾는다. 저렴한 소형 주택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이에 따라 임대료 부담이 커진 청년들은 최저 주거 기준에도 미달된 고시원이나 지하 단칸방으로 밀려난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전·월세대란의 대책은 사실상 매매에 대한 권유에 가깝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상태인 청년들은 "제발 빚을 강요해 집을 사라고 고집하지 말라"고 부르짖는다. 민달팽이유니온은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는 집주인과 기성세대만 있고 세입자와 청년은 없다"며 "청년들의 현실과 미래에 디딤돌이 될 진정한 주거안정 대책을 고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경원 진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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