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이대로 좋은가]커뮤니티 춘추전국시대 | 디시·아고라 대신 일베·뽐뿌가 대세

2013. 8. 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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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크게 보면 '전통의 3대 강호'인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 아고라, 네이트판을 후발주자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뽐뿌, MLB파크(이하 '엠팍') 등이 매섭게 추격하는 모양새다. 수십 개에 달하는 군소 커뮤니티의 성장세도 무섭다. 기존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취향에 맞는 다양한 커뮤니티를 찾아 이동하면서 3대 커뮤니티의 트래픽이 큰 폭으로 빠지고 다른 커뮤니티 트래픽은 급증하는 추세다.

매경이코노미가 랭키닷컴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트래픽 기준 커뮤니티 순위는 디시, 네이트판, 뽐뿌순이다. 디시는 PC 기준 트래픽이 거의 500만에 육박해 원조 커뮤니티로서 여전히 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그리 편치 않다. 불과 2년 전인 2011년 8월에는 트래픽이 830만에 달했기 때문이다.

디시와 함께 가장 많은 방문자 수를 자랑했던 커뮤니티는 네이트판과 아고라다. 네이트판은 2년 전 월평균 방문자 수가 PC 접속 기준 620만명, 아고라는 400만명 안팎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7월에는 각각 438만명, 257만명으로, 2년 만에 40%나 쪼그라들었다.

반면 일베, 뽐뿌, 엠팍, 오늘의 유머(이하 '오유') 등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일베는 2011년 1월만 해도 월평균 방문자 수가 500명도 안 될 만큼 '조용한' 커뮤니티였다. 그러다가 올 7월에는 191만명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스포츠 동호회 커뮤니티인 엠팍 또한 2011년 7월 50만명에 그쳤지만 지금은 161만명이 찾고 있다. 오유, 뽐뿌 등도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모바일 사용 기준으로 살펴봐도 추세는 비슷하다.

지난해 4월 모바일을 통한 일베 월평균 방문자 수는 불과 27만8000명. 하지만, 같은 해 8월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기더니, 대선 기간이던 지난해 12월엔 283만명까지 급증했다. 이후 230만~260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대선이란 정치적 이슈를 디딤돌로 무려 8배 증가한 것.

디시·일베, 파벌 생길라 '반말이 미덕'

오유 또한 일베의 성장률에 미치진 못하지만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4월 47만명에서 6개월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현재는 120만명 수준이다. 뽐뿌는 지난해 4월 186만명에서 올해 7월 303만명으로 70%가량 늘었다. 엠팍은 같은 기간 무려 6배(25만명 → 160만명), 클리앙은 4배(30만명 → 114만명)가량 급증했다.

한편 아고라는 모바일에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상대적으로 더딘 수준. 지난 7월 기준 월평균 모바일 방문자 수가 180만명으로 일베보다는 60만명가량 적었다.

의외인 점은 우리나라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만 이렇다 할 대형 커뮤니티가 없다는 것. 네이버와 함께 3대 포털인 다음, 네이트가 각각 아고라와 네이트판으로 상당한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회사마다 추구하는 전략의 차이일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표정이다.

커뮤니티들은 다양한 주제와 주 이용자층의 특색에 따라 톡톡 튀는 개성으로 '뉴비(새내기 커뮤니티 이용자)'를 끌어들인다.

요즘 가장 핫(hot)한 커뮤니티인 일베가 대표적인 예다. 주로 디시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수차례 게시물 차단을 당하자 "표현의 자유를 찾아" 일베로 옮겨온 것으로 알려진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의 관이 늘어선 사진을 보고 " '홍어(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일베 용어)'가 포장돼 있다"고 표현 하는 등 과격한 표현으로 인해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일베 초창기부터 활동했다는 한 회원은 "그간 인터넷에선 진보 성향의 네티즌이 압도적 다수여서 보수적인 주장을 하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기 일쑤였다. 그런 의미에서 일베는 보수주의자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공감받을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라고 항변했다.

디시는 커뮤니티 문화의 원조 격으로 꼽히는 커뮤니티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박사는 "온라인 커뮤니티 연구는 '디시 이전'과 '디시 이후'로 나뉜다"고 단언한다. 1999년 디지털카메라에 관한 정보 교류 사이트로 출발한 디시는 '갤러리'라는 수많은 주제별 게시판을 운영하며 다양한 인터넷 담론을 생산해냈다. '디시 폐인(열혈 디시 이용자)'이란 말이 나올 만큼 팬층도 두껍다.

특이한 점은 일베와 디시는 이용자 간 '반말'을 장려한다는 것. 반말을 하면 말을 막 하게 돼 커뮤니티 이용자끼리 친해지는 것을 방해한다. 이용자끼리 친해지면 파벌이 생기고 그 결과 뉴비가 유입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라고 한다.

아고라는 다음의 토론게시판으로 2004년 12월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스어로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을 뜻하며 미네르바 사건('미네르바'라는 필명의 인터넷 논객이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화제가 된 사건)으로 크게 알려졌다. 주 사용자층은 진보 성향의 중년 직장인 남성으로 분석된다. 주로 정치나 일상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오간다.

네이트판은 2006년에 시작된 네이트 소속 커뮤니티다. 당시 유행하던 싸이월드·네이트온 메신저와의 시너지 덕분에 10~20대 여성의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여러 카테고리 중 '톡톡'이 가장 활성화돼 있으며, 연애 고민이나 연예인에 관한 담론이 주로 오간다. 문체는 '~했음' '~임' 식으로 끝맺는 소위 '음슴체'를 많이 쓴다.

뽐뿌는 2005년 휴대폰 가격 비교 커뮤니티로 출발했다. 최신 IT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젊은 이공계열 남성이 주 이용자층이다 보니 자게(자유게시판) 분위기는 매우 점잖은 편이다. 하지만 조용하다고 우습게 보면 큰코다친다. 자칫 반말을 했다간 강퇴도 각오해야 할 만큼 응집력이 대단하다. 정치적 성향은 그리 강한 편은 아니다.

오유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달아 '국정원 선거 개입' 논란이 발생한 커뮤니티다. 2001년 유머를 매일 이메일로 보내주는 사이트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진보 성향의 이용자가 다수를 차지 한다.

엠팍은 한 보수 신문이 2001년부터 운영해온 스포츠 동호회 커뮤니티다. 국내외 메이저리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등의 주제를 다루며 진보적인 정치 담론이 제법 일어나는 편이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가 격렬했던 2008년 5월에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 운동을 벌여 전면 광고를 내기도 했다.

한편 2000년대 초반부터 속속 등장했던 커뮤니티가 최근 새삼 주목받는 배경에는 소통에 대한 관심 외에도 '모바일 시대'라는 기술 진보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베나 오유의 경우 모바일로 접속한 경우가 PC로 방문한 경우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대비 PC 트래픽은 줄거나 그대로지만 모바일 트래픽은 2배 가까이 증가한 커뮤니티도 부지기수다. 모바일 기술 발달로 커뮤니티 접근성이 개선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21호(13.08.21~08.27 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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