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는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 노골적 광고..왜?

최영진 기자 2013. 8. 1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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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 E & M 소유 케이블 채널서 노골적 광고… 이재현 회장 구속 전후로 내보내 도마에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몇 주 전 tvN이 내보낸 광고를 보다 "저게 뭐야"라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인 가수 은지원이 나온 이 광고는 드라마 < 응답하라 1997 > 제1화에 나왔던 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은지원을 포함한 남자 배우 4명이 걸어가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화면에 나온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창조경제는 창의적 아이디어에서 시작됩니다'라는 문구였다. 광고의 마지막 역시 '창조경제를 응원한다'는 문구로 마무리된다.

이 관계자는 "딱 보는 순간 감이 오더라"면서 "CJ가 그런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이해하지만, 보기에 편하지 않았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6월부터 7월 말까지 tvN을 통해 방송된 '창조경제 응원' 광고. 박근혜 대통령 5촌 조카 가수 은지원이 등장했다. 광고영상 캡쳐 6월 초부터 신문에 시간제 일자리 광고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되네 마네 하는 시점에서 노골적으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광고를 내보내 황당했다는 얘기였다.

이 광고만이 아니었다. 6월부터 7월 말까지 CJ E & M 소유 케이블 채널에서는 '창조경제를 응원한다'는 광고가 쉼 없이 이어졌다. 8월에는 CJ제일제당에서 제작한 '더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위해 백설이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광고가 케이블 채널에서 계속 방송되고 있다. 정부에서 만든 홍보광고도 아니고,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 홍보도 아닌 이상한 광고가 CJ E & M 소유 케이블 채널에서만 계속 방영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CJ E & M 계열 케이블 방송사와 CJ의 모태인 CJ제일제당이 독특한(?) 형식의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은 6월 초순부터다. 6월 14일 CJ제일제당은 일간지를 통해 '리턴십 프로그램' 홍보광고를 내보냈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에 부합하는 고용형태를 홍보한 것이다.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선언한 광고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지만, 당시 CJ그룹이 처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6월은 검찰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칼끝을 겨누던 민감한 시기다. 6월 8일 전직 CJ그룹 재무담당 부사장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고, 19일에는 이재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CJ중국법인 임원에 대해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이재현 회장에 대한 압박이 고조되던 때였다. 이 회장은 6월 25일 검찰에 출석해 11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고, 7월 1일 구속됐다.

CJ의 의도는 tvN, CGV, MTV, OCN, XTM, 온스타일 등 CJ E & M 소유 케이블 채널에서 내보내기 시작한 30초 분량 광고에서 명확해졌다. 이 광고에는 영화 < 설국열차 > ( < 설국열차 > 는 CJ E & M이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액인 430억원을 들여 제작한 영화다)와 드라마 < 응답하라 1997 > < 인현왕후의 남자 > 등을 홍보하는 화면이 흐른다. 여기까지는 콘텐츠를 홍보하는 CJ E & M의 자사 프로그램 광고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광고는 갑자기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광고로 변한다. 광고 마지막에 '우리 콘텐츠가 대한민국의 힘과 미래가 되도록 CJ E & M이 대한민국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나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이미지 광고도 아니고, 자사 프로그램 홍보광고도 아니었다. 두 가지가 한꺼번에 결합한 광고였다. 한 광고 전문가는 "이미지 광고도 아니고, 프로그램 홍보도 아닌 이상한 광고"라고 평했다.

CJ E & M 계열 케이블 방송사가 7월 말까지 내보낸 광고는 대부분 이런 형식을 갖추고 있다.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끼어넣고, 말미에는 '창조경제를 응원한다'는 말이 삽입된다. '한국영화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수퍼액션이 대한민국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 '더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위해 백설이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 같은 식이다.

7월 1일 밤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차량에 올라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김문석 기자 CJ 측 "정부와 코드 맞추기 광고 아니다"

CJ 측은 방송 콘텐츠를 홍보하기 위한 광고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tvN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한 광고가 아니다"라면서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7월 말로 케이블 채널 광고는 끝났고, 지금은 CJ제일제당 광고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대기업이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광고를 내보낼 때는 신중하다. 정권 초기나 정부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만 기업이 이를 환영하는 광고를 낸다.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날 삼성, 현대·기아차, SK 등의 대기업이 모두 일간지에 축하광고를 냈다. 박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을 공식 방문할 때도 많은 대기업이 이를 축하하는 홍보성 광고를 내보냈다.

하지만 CJ처럼 50일 넘게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광고를 내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방송사나 대기업이 정부와 유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서중 한국언론정보학회장(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정부의 언론정책에 영향을 받는 케이블 방송사가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 때 CJ가 그런 광고를 내보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더군다나 이재현 회장의 구속을 전후한 시점에서 이런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의 구명을 위해 정부 정책에 코드 맞추기를 한 것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김 학회장은 "정부도 정부 홍보광고를 내보내려면 광고비를 집행한다. 방송사가 나서서 정부 정책을 홍보해주면 어떻게 하나. 정부와 방송사가 유착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J E & M 계열사는 창조경제 응원 광고 때문에 상당한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광고를 내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광고 전문가는 "시간대별·채널별로 케이블 TV 광고비는 천차만별"이라면서 "정확하게 계산하긴 힘들겠지만 상당한 손해를 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CJ E & M 방송부문 광고사업부가 매월 발행하는 < Magazine C > 에 따르면 8월 가장 비싼 광고시간대 단가는 15초 기준으로 150만원이다. 평균 단가를 100만원으로 치고, CJ E & M 소유의 16개 케이블 채널이 하루 10번씩 50일 동안 30초짜리 광고를 했다면 손해본 광고비만 총 16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창조경제 응원광고는 이재현 회장의 구속으로 다급해진 CJ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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