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선 때 유세장서 읽은 쪽지 '대화록'과 토씨까지 일치

2013. 6. 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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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무성·권영세 '대화록 발언' 파문 확산

*유세장: <2012년 12월 14일>

대선 5일전 김무성"노, 김정일에 한 굴욕적 발언이 자리에서 공개하겠다"김의원, 파문 커지자 진화 나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12월14일 폭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지난 24일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과 토씨까지 정확히 일치한다. 김 의원은 대선 전날인 12월18일에도 같은 내용의 연설을 하면서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공격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선거일 닷새 전인 지난해 12월14일 오후 부산 서면 거리 유세장에서 자신이 적어온 대화록 내용을 작심한 듯 읽어내려갔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연설 직전 연단에 오른 김 의원은 10분간 상대인 문 후보를 비판하다 미리 준비한 쪽지를 꺼내들고는 "전 국민이 현재 최고의 관심을 갖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가서 한 굴욕적 발언에 대해서 제가 오늘 대한민국 대표로 이 자리에서 공개하겠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이미 공개를 요구했으나 국정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가 그 내용을 여러분께 보고 말씀드리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뒤이어 그가 읽어내려간 쪽지의 내용은 지난 24일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과 정확히 일치한다. 김 의원은 "그동안 외국 정상들의 북측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의 대변인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일도 있습니다. … 엔엘엘(NLL) 문제는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습니다. 남측에서는 이것을 영토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헌법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헌법 문제 절대 아닙니다.… 이종석에게 요구했는데 미국 제끼고 우리가 경수로 짓자고 얘기했습니다. … 경수로 꼭 지어야 합니다"라고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적혀 있는 노 전 대통령의 말투까지 판에 박은 듯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어 "이때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바로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서 친북좌파 세력이 이 나라의 정권을 잡는 것을 목숨 걸고 막아야 한다"며 유세를 마무리했다.

이날 유세는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진행됐고, 김 의원은 이런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울먹이기까지 했다. 당시의 현장 발언과 상황은 26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 의원이 했다는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 김 의원은 이 회의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화록 공개에 협조를 안 해줬고, 비 내리는 유세장에서 대화록을 울부짖듯 읽어내려갔다'고 발언했다고 <뷰스앤뉴스>가 보도했다.

김 의원은 대선 하루 전인 12월18일 부산 유세장에서도 "대한민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이한테 가서 마치 애들이 어른한테 잘 보이려고 자랑하듯이 미국을 제국주의 패권주의자라고 욕을 하고 미국과 싸웠다고 자랑을 했다. 이런 정신나간 노무현 대통령 정권의 2인자가 다시 이 나라의 이런 대통령이 되면 이제 김정은에게 가서 똑같은 짓을 할 텐데 부산시민 여러분, 이런 대통령을 원하십니까"라고 청중들에게 말했다.

김 의원은 26일 자신이 최고중진회의에서 '대선 때 정상회담 대화록 확보' 발언을 한 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자 오후에 급히 보도자료를 내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김 의원이 대선 당시 공개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는 매우 구체적인 내용이 대부분이고, 어투까지 국정원이 무단 공개한 대화록과 거의 같았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무성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폭로 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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