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국민연금 탈퇴, 현명한 선택일까

2013. 5. 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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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의 독자적 노후대비책 상실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임의가입자의 국민연금 탈퇴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서 '역차별 논란'이 빚어진 데 따른 후폭풍이다.

빠듯한 살림살이에서 겨우 생활비를 쪼개 국민연금 보험료를 매달 꼬박꼬박 냈는데, 노후에 도리어 기초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고 하니 이참에 차라리 국민연금을 탈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의가입자가 애써 가입했던 국민연금을 탈퇴하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연금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임의가입자의 신규 가입은 주춤한 데 반해 탈퇴가 늘면서 지난 1월 순증 규모가 864명까지 줄기 시작했다. 2월에는 7천223명의 대규모 '순감소'로 정점을 찍었고, 3월에도 3천955명이 줄었다. 또 4월에도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는 약 3천400명 줄면서 석 달 연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때 강남 아줌마들의 확실한 노후대책으로 주목을 받았던 영광이 퇴색하는 모양새이다. 다만, 감소 속도가 계속 떨어지는 점을 국민연금공단은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다.

임의가입자가 국민연금을 탈퇴하는 게 정말 이득일까?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은 물론이고 대부분 연금전문가도 "아니다"며 만류한다.

국민연금은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민으로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강제 가입이기에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없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주어지는 집단이 있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에 가입한 남편의 배우자로서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들이다. 임의가입자라고 부르는 이 집단은 비록 소득은 없지만, 자발적으로 보험료를 내고 국민연금에 가입한 이들을 일컫는다. 여기에는 일부 학생층도 들어 있다.

현재 임의가입자는 약 20만명 정도. 이 중에서 85%가량이 전업주부다.

임의가입자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 10년간의 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국민연금을 탈퇴하면 왜 불리할까?

무엇보다 탈퇴와 동시에 연금 수급 자격을 상실하면서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었을 때 받는 장애연금은 물론, 본인 사망 이후 유족에게 지급되는 유족연금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마음이 바뀌어 나중에 다시 국민연금에 가입하더라도 가입기간이 줄어들어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주는 불이익을 당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연금 전문가인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면, 전업주부가 국민연금을 탈퇴하는 것은 확실한 노후대책을 스스로 걷어차버리는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노후에 여성 자신이 자기 이름으로 연금을 받는 길은 현재로선 세 가지다.

어떻게든 직장을 다니며 소득활동을 통해 10년 이상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서 국민연금을 타거나,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받거나 또는 전업주부가 임의가입자로 국민연금에 가입해 스스로 10년 이상 보험료를 낸 경우이다.

이 중에서 특히 장기간의 직장생활을 통해 국민연금 수급권을 갖기 어려운 전업주부들을 위해 정부가 '맞춤형'으로 도입한 게 임의가입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전업주부들이 국민연금을 탈퇴하는 데는 아깝게 매달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나중에 기초연금으로 16만원을 공짜로 받을 텐데 무엇 때문에 임의 가입해 기초연금을 덜 받는 손해를 보겠냐는 이유 있는 이유가 배경에 도사리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생각은 단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소득이 같다는 전제 아래 A, B 두 노인가구의 전업주부가 있다고 치자. A가구 전업주부와 달리 B가구 전업주부는 국민연금에 임의 가입해 20년 동안 매달 9만원의 보험료를 냈다. 이에 따라 A가구 전업주부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지만, B가구 전업주부는 매달 현재 가치로 대략 30만원의 국민연금을 오롯이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받는다.

여기에다 박근혜 정부의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른 차등 지급 기초연금제도가 그대로 시행된다고 가정해보면, A가구 전업주부는 국민연금 미수령자로서 원래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되지만, 만약 부부가 같이 산다면 생활비 절약에 따른 20% 감액원칙에 따라 16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이에 반해, B가구 전업주부는 애초 기초연금은 10만원밖에 못 받게 돼 있지만,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더 많이 주기로 한 원칙에 따라 추가액 6만원이 더해져 총 16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물론 부부 공동생활을 한다면 역시 20% 감액원칙의 적용을 받아 기초연금으로 12만8천원을 받는다. A가구 전업주부와 B가구 전업주부의 기초연금 차액은 겨우 월 3만2천원에 불과하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B가구의 전업주부는 국민연금에 임의 가입해 연금(국민연금+기초연금)으로 매달 총 42만8천원을 받는 데 반해, A가구 전업주부는 기초연금만 겨우 16만원 받을 뿐이다.

여기에 각자 남편의 국민연금이 더해지면 A가구와 B가구의 노후연금액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B가구 전업주부는 어느 정도의 노후소득을 자체 확보해 나름 품위있는 노후생활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탈퇴한 A가구 전업주부는 노후빈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기초연금으로 월 3만2천원을 더 받으려고 국민연금을 탈퇴해 안정적인 노후를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임의가입을 유지해 상당한 노후소득을 확보할 것인지는 각자가 선택할 몫"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은 제도설계상 낸 보험료보다 평균 2배 많은 연금을 받는다"며 "이는 민간보험회사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것으로, 내가 전업주부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의가입제도를 이용해 1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해 불안한 노후를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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