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현금 쥐고 있으니 '당당'..주택연금 인기 날로 솟아

2013. 5. 3. 15: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늘 싸안고 살던 걱정거리들이 사라졌어. 월세가 제 때 안들어오면 어쩌나, 세입자는 왜 안들어오지 같은 잔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정말 편하고 좋아." 올해 일흔 여덟살인 박모 할아버지는 최근 '상가 관리인' 직함을 뗐다. 대신 지은 지 20년이 더 된 상가를 팔아 인근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평생 일을 하다 갑자기 놓아 헛헛해진 마음은 동네 복지센터에서 듣는 여러 강의로 채우고 있다. 노인정 친구들과 포켓볼을 치는 것도 기쁨 중에 하나다.

박 씨가 상가를 팔고 아파트로 이사가기까지 쉬운 결정은 결코 아니었다.

박씨는 "상가에서 나오는 월세가 딱 끊긴다고 생각하니 생활비가 문제였다"며 "작은 아파트로 이사하려고 해도 여유자금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이런 박씨의 고민을 단박에 해결해 준 것이 있다. 바로 주택금융공사에서 제공하는 주택연금이다. 내 집을 담보로 매달 안정적인 연금을 받으니 여가생활을 비로소 즐길 수 있게 된 것. 지난 2011년 주택연금에 가입한 박씨는 한달에 129만2380원씩을 꼬박꼬박 받는다.

집 한 채로 평생동안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수는 1633명으로 전년대비 24.3% 증가했다. 지난 2007년 처음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총 1만3932명이 가입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시기와 맞물리면서 주택연금의 가입연령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2011년 73세였던 주택연금 평균 가입연령은 2012년 72세, 2013년 1분기에는 71세로 낮아졌다. 2011년에는 60대 가입자가 30.6%에 불과했으나 2013년 1분기에는 44.2%로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주택연금이 고령층에서 큰 호응을 얻는 배경에는 '종신거주·종신지급 보장'이란 장점이 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가 최근 침체되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자 정작 생활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고령층에서 본인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활용하는 데 관심이 높아진 영향도 한 몫한다.

공사 관계자는 "나이드신 분들일수록 노후대비를 위해 안정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자식들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니 60세 이상 부모 세대들이 당당해진 것은 물론이다.

박씨는 "다달이 은행 통장에 입급되는 생활비 덕에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됐다"며 "주변에서 다들 얼굴이 더 밝아졌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부모님의 생활비가 평생 안정적으로 보장돼 있는 탓에 자식들의 마음 역시 편안한 게 사실이다.

부모님이 주택연금에 가입해 있다는 김은경 씨는 "부모님 유산에는 마음을 비운 지 오래됐다"며 "오히려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다보니 남편에게도 떳떳하고 마음이 편해 친정에 더 자주 가 효자를 만든다"고 말했다.

주택연금은 부부가 모두 만 60세 이상이고 집값이 시가로 9억 원 이하인 1주택자(부부 기준)만이 가입할 수 있다.

현재 평균 월수령액은 103만원이며, 평균 주택 가격은 2억8000만원이다. 주로 서민층 어르신의 노후소득을 지원해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물 경기마저 위축되면서 비교적 나이가 적으신 분들도 주택연금을 노후소득 마련을 위한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이같은 인기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