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다단계'지만 '사기'는 아니다?

배현정 기자 2013. 2. 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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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국민연금, '국민의 敵' 되나- 꼬리 무는 의혹

[[머니위크 커버]국민연금, '국민의 敵' 되나- 꼬리 무는 의혹]

젊을수록 혜택 줄어들어… 후손 있는 한 무너지진 않아

"다단계 피라미드에 불과하다. 처음 가입한 사람에게는 고수익을 보장해주지만 가입자가 줄어들면 파산하는 것과 같다." 그레고리 맨키프 하버드대 경영대학 교수가 국민연금을 두고 한 말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최근 이러한 '다단계론' 등을 앞세워 국민연금 폐지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실시된 납세자연맹의 '국민연금 폐지 서명운동'은 채 10일이 못돼 참여자가 5만명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 그만큼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진_뉴스1 허경기자

◆ "국민연금 손대지 마!" 기초연금 논란이 단초

새해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국민연금 논란은 기초연금 인상안에서 불거졌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밝힌 '기초연금'의 밑그림 탓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1월2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회의에서 "국민연금에 가입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에게 20만원의 기초연금을 깔아주고, 국민연금 가입자 중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기초부분인 20만원이 안될 경우 재정으로 20만원까지 채워주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5만~15만원 정도를 추가 지급하는 잠정안을 내놨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어느 계층도 손해 보지 않도록 할 것"을 약속하지만, 국민적 저항이 만만찮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기초연금 도입관련 쟁점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 가입자가 국가로부터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삭감된 금액을 받고,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는 기초연금을 받는다면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의 기본틀이 흔들리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약화돼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_뉴스1 허경기자

◆ 기금 고갈 우려에 '신구세대 충돌'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현 세대가 미래 세대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세대(만 18세 이상)는 자신이 낸 연금보험료보다 2~10배 많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국민연금재정계산을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국민연금 가입이 가능한 최소 연령(2008년 기준)인 18세(1990년생) 가입자도 평균 2570만원 정도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세대가 올라갈수록 이러한 혜택은 더욱 커져 40세, 55세, 60세는 각각 낸 돈보다 2.2배, 2.26배, 3.61배 많은 급여를 받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세대의 모든 연령층이 이익을 본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 세대가 큰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라는 사실을 뜻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기금 부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하려면 앞으로 더 많은 보험료를 걷거나, 수급시기를 늦추거나, 소득 대체율을 떨어뜨리는 등의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까지 60세 이후였던 국민연금의 수급 연령은 올해부터 4년을 주기로 한살씩 단계적으로 늦춰지게 됐다.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수령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수급연령이 더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연금액도 1988년 도입당시 소득대비 70%를 내걸었지만 현재는 40%로 조정돼 2060년까지 기금이 버틸 수 있도록 연장된 상태다.

최기홍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유지하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며 "현재 9% 수준인 연금보험료율을 15% 정도까지 높여야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부담률이 균형에 근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국민연금은 노후 대비 저축(?) 아니다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과거 장관 재직 당시 "국민연금은 국민노후 안정대책이 아닌 자금 동원수단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납세자연맹이 주장하는 국민연금 폐지운동의 근거도 여기에 있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으로 노후의 위험을 전국민에게 분산하는 보험인데, 어떤 저축상품보다 유리하고 국가가 수익을 보장하는 노후대비 저축이라며 속여서 팔았다는 것이다.

사실 기초연금 재원 논란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국민연금을 자신의 노후소득을 위해 신탁한 것으로 이해해왔던 가입자들은 기금 적립과정에 기여하지 않은 노인들에게 국민연금기금의 일부를 지출하는 것을 놓고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진실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개인저축'이 아닌, 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장은 "국민연금은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를 부양하는 제도로 일종의 '다단계'제도가 맞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반도에서 우리 자녀세대가 사라지지 않는 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 다단계와 다른 점"이라며 "앞으로 젊은 세대가 어느 선까지 어르신들의 부담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보편적 보험료 상향이 아닌, 고소득자에 대한 보험료 차등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보험료 부과 대상소득에 일정한 상한액이 있기 때문에 현재는 연봉 5000만원인 근로자와 연봉 10억원인 근로자의 보험료가 같다.

납세자연맹은 "연봉 2500만원인 근로자의 연금보험료율은 9%인데 연봉이 10억원인 근로자의 경우는 실제 0.2%에 그친다"며 "소득이 적을수록 실제 보험료율이 높아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지는 역진성(逆進性)이 크다"고 꼬집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개최한 '국민연금 제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현행 보험료율 9%를 유지하되, 보험료 부과대상소득의 상한선을 현재 월 급여 기준 389만원에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

) 제2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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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현정기자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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