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내려 수입價 싸졌는데.. 정권말 노린 가격인상

정성진 기자 2013. 1. 11.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밀가루 등 식품업체들 정권 교체기에 줄줄이 값 올려] 장관이 경고한 다음 날에도 완전히 무시한 채 인상 강행, 신상품 내놓는 꼼수 인상도 세계 곡물가 오른 탓이라지만 작년 12월 들어 급락 추세 대부분 시장 과점 업체들이라 소비자들에게 대안 없어 한꺼번에 인상, 담합 가능성

매일유업은 지난 9일 프리미엄 제품과 일반 제품의 구분을 없앤 새 제품을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프리미엄 분유와 일반 분유의 영양 성분은 큰 차이가 없는데도 프리미엄이 일반보다 30% 비싸다는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보고 반성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문제는 가격. 최대 10.9%나 올렸다. 사실상 가격 인상을 위한 새 제품 출시다. 값을 올린 신제품을 내면서 옛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방법으로 가격을 올리는 전형적인 '꼼수'다.

대선 직후 식품 업체들이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시차를 두고 한두 품목씩 인상했던 과거와 달리, 여러 업체가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정권 교체기를 틈탄 '레임덕 가격 인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대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달 22일 부침두부(375g)값을 3350원에서 3650원으로 올리는 등 두부 가격을 평균 9.3% 올렸다. 콩나물 가격도 13.6% 인상했다. 26일에는 올리브유와 포도씨유값을 평균 8.7% 올렸다. 밀가루는 29일 8.8% 인상했다.

CJ뿐만이 아니다. 동아원은 12월 21일 밀가루값을 올렸다. 풀무원도 두부와 콩나물을 30일 8~9%씩, 하이트진로는 22일 소주 가격을 평균 8.2% 인상했다.

◇장관의 경고 다음 날 바로 인상

MB 정부는 그동안 행정력을 동원해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막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에 대한 가격 담합 조사를 했고, 농림수산식품부는 업체들의 가격 인상 일정을 수시로 확인하곤 했다. 식품업체들은 이런 압박에 최대한 인상을 미루다가, 다음 대통령이 정해지자마자 본색을 드러낸 셈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새 대통령이라고 해서 식품 가격 인상을 가만히 놔둘 것으로 보는 식품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며 "결국 가격을 올릴 기회는 권력 교체기인 지금밖에 없다"고 실토했다.

가격 인상이 쏟아지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가공식품의 부당한 가격 인상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날 CJ제일제당은 밀가루값을, 풀무원은 두부값을 올리면서, 박 장관의 구두 경고를 완전히 무시했다.

특히 밀가루값 인상은 생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특히 한꺼번에 8.8%나 올랐으므로, 밀가루를 쓰는 모든 식품과 음식값이 밀려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당장 라면과 빵, 과자값이 문제다. 또 칼국수와 자장면 같은 서민 음식값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밀가루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반찬에도 필수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밥상 물가도 위험해진다.

◇업체 "애그플레이션 탓"… 환율 하락은 거론 안 해

업체들은 세계적인 이상 기후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즉 애그플레이션 때문에 수입 원가가 치솟았다고 말한다. 한 예로 밀가루 업체들은 작년 6월 원맥(原麥)의 국제 가격이 작년 초보다 40% 올랐다는 점을 인상의 근거로 대고 있다. 밀가루 제조 원가의 80%는 원맥값이다.

그러나 업체들은 원맥 가격이 12월 들어서 급락하기 시작해, 현재는 작년 최고점보다 20% 낮다는 점은 말하지 않는다. 또 당시 11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떨어지면서 생긴 수입 원가 하락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무엇보다도 원가 절감 노력은 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가격을 올린 식품업체는 대부분 시장을 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가격이 올라도 수요는 크게 줄지 않는다. 업체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

◇밀가루는 담합 가능성도 거론돼

특히 밀가루값 인상은 담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대한제분 등 밀가루 업체들은 불과 20일이 안 되는 기간에 평균 8.6~8.8%씩 거의 같은 비율로 값을 올렸기 때문이다. 소비자시민모임 김자혜 사무총장은 "식품업체들에 원료값이 내려갈 땐 왜 값을 안 내리는지 묻고 싶다"며 "최소한 식품업체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로 가격을 올릴 때는 원가를 공개해서 가격 상승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할 수 있는 조치는 최대한 하겠다는 입장이다. 성창훈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 과장은 "밀가루값 인상이 다른 식품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원가 분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