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국가기록원에 원본 있는데 '노무현 기록물 폐기 의혹' 제기

김광호·손제민·임지선 기자 2012. 10. 2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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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위기 돌파·문재인 공격·보수 결집 일석삼조 노려

새누리당이 '노무현 때리기' 총공세에 나섰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발언'을 문제 삼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기록물 폐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정수장학회 입장 발표로 역풍을 맞고 있는 시점에서 노 전 대통령 비판을 반전 카드로 뽑아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다음 정부의 정치적 악용을 막기 위해 법으로 공개하지 못하게 한 대통령기록물을 문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부에서도 "봉하마을에는 왜 갔느냐. 중도 성향의 표를 포기하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23일 예정된 선대본부 회의에 이어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며 '기록물 폐기 의혹' 공세에 나섰다. 조선일보가 '노 전 대통령 지시로 기록물을 폐기했다'고 보도한 직후였다. 특히 최고위원회의는 박 후보가 직접 소집을 요청했다. 박 후보는 이날 전북 전주에서 택시기사들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그 보도를 봤는데 놀랐다. 그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선일보 보도를 이슈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브리핑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이 회의(대통령기록물 폐기를 논의했다는 참여정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의 전말을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며 "역사 폐기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말하는 정치쇄신에서 봤을 때 어떤 것인지 입장 표명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선대본부회의 등에서도 참석자들은 "조선시대 어떤 폭군도 사초를 직접 없앴다는 역사를 배운 적이 없다"(이정현 공보단장), "현대판 분서갱유"(김기현 원내 수석부대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의 '노무현 총공세'는 정수장학회로 촉발된 위기국면을 돌파하면서 문 후보를 공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때리기'가 보수 결집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NLL 문제로 노 전 대통령을 공격한 게 박 후보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된 것으로 캠프는 분석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비판은 내곡동 특검으로 곤경에 처한 청와대 입장에서도 불리하지 않은 것이다. 보도된 회의 영상도 비공개 지정기록물이어서 청와대가 흘린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여름 한·미 쇠고기 협상 실패로 궁지에 몰리자 노 전 대통령의 기록물 이관 문제를 이슈화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기록 파기' 공세와 달리 기록물 원본은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새누리당도 알고 있다. 한 당직자는 "(조선일보) 보도는 대통령기록관에 보낼 모든 비밀 문건을 다 보낸 후 청와대에 남겨둘 사본 목록을 지울 건지를 논의한 회의 내용이다. 이미 원본은 다 간 거니까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된다. 그래서 (최고위) 결론은 '입장을 밝히라'고 공세를 벌이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이런 공세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최소 박 후보를 찍으면 안된다는 반대 의견을 줄이면 되는데, 그렇게 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것이 NLL"이라고 지적했다.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상세히 공개한다는 것은 국가 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광호·손제민·임지선 기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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