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불우이웃 돕기 돈으로 단란주점가?

2010. 11. 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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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골방에서 혼자 추위에 떠는 박 노인, 방학이라 끼니를 건너뛰는 중학생 철이, 가출한 부인 때문에 젖먹이 아이를 챙겨야 하는 김씨 등등. 이들에게 연탄비, 부식비, 우유비 하라고 코뭍은 돈까지 모아줬더니 이 돈으로 단란주점에 가서 노래하고 마시고, 스키타고 다녔다면….

이런 사람은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적 인격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들이 양복 한쪽에 '사랑의 열매'를 달고 봉사하는 사람인양 하고 다녔다면…. 이 정도면 이들은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실제 그런일이 버젓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독점 기부기관인 바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그런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21일 국정감사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앙회와 16개 지회를 대상으로 10월11일부터 11월10일까지 예산집행 실태 등에 대해 종합감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5년간 124차례에 걸쳐 단란주점과 노래방 등에서 업무용 법인카드로 2000만원 어치를 긁었는가 하면 182차례 워크숍 비용으로 3억5000만원을 사용하면서 스키장과 래피팅, 바다낚시 등의 비용으로 2900만원을 집행했다. 또 지난 3년간 중앙회 감사팀이 피감사 기관인 지회 직원 등과 노래방과 맥주집 등에서 1100여만원을 쓴 사실도 드러났다.

또 직원 인건비를 공공기관의 3배에 달하는 9%나 인상했고, 공채 탈락 계약직원을 특별채용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총체적 비리는 끝이 없었다.

이에 복지부는 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을 해임하고, 공금횡령 등에 연루된 2명의 직원을 검찰에 고발하고 비리와 부정행위에 연루된 48명의 직원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전체 직원 292명중 절반 정도가 징계를 받을 정도니 조직전체가 썩어 문드러질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포함한 이사회 이사 전원이 21일 사퇴하기로 했다. 결국 연말 불우이웃 돕기의 상징물이던 '사랑의 온도탑'도 설치 못했다.

이런 문제가 벌어진 것은 국민성금을 독점한 기관으로 그 독점 폐혜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종교단체를 제외한 불우이웃 돕기 등 모든 성금은 공동모금회가 모금하고, 배분하고 있다. 따라서 가만히 앉아서 막대한 성금을 받아, 배분에서 막강한 세력을 가지고 있다.

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구호·자선단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갈지 걱정스럽다"며 "성금집행에 대한 국민 신뢰가 상실된 만큼 현재의 공동모금회 조직을 아예 해체하고 모금기관 전체를 개혁하는 극약 처방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대헌기자>-ⓒ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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