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비선 보고 野에 안 들키는게 관건".. 공판 과정서 새 문건 나와

이성택기자 2012. 8. 21.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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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불법사찰을 자행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야당에 불법사찰 사실이 들킬 것을 염려하면서도 VIP(대통령)가 필요하다면 비선 보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8부(부장 심우용) 심리로 열린 박영준(52·구속기소)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 대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공판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 보고채널 변경사항'이라는 문건이 증거로 제시됐다. 이 문건은 증인으로 나온 전모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초안을 짜고 진경락(45ㆍ구속기소)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에는 "VIP께서 필요하시다면 비선을 EB(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로 하느냐 민정(수석실)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야당 등에 (비선 활동이) 들키느냐 안 들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명시돼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사찰의 불법성을 인지하고도 활동을 지속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진 전 과장은 200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청와대 비선보고 의혹이 제기되자 이 문건을 만들어 황급히 보고 채널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는 이와 관련해 "EB는 종전과 같이 보고하되, BH(청와대) 대면보고는 피함"이라고 적혀있다.

문건에는 또 "지원관실이 EB에게 보고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민정의 시각은 불순한 것"이라고 기록돼 있어, 비선 보고 책임 유무를 놓고 민정수석실과 마찰이 이어졌음이 재차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5월 수사 과정에서 "VIP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BH 비선->VIP(또는 대통령실장)"라고 명시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라는 문건을 발견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발표 당시 "이영호 전 비서관이 대통령실장이나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 수사가 벽에 부딪혔다"고 밝혔을 뿐 의혹을 규명하지는 못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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