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관점서 냉정함 잃은 MB..되레 '분쟁지역' 만들어"

입력 2012. 8. 12. 20:40 수정 2012. 8. 1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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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일관계 전문가들 어떻게 보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10일 갑작스런 독도 방문은 과거와 현재가 여러 층위로 얽히고 설킨 한-일 관계를 더욱 복잡미묘하게 만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방문 배경과 앞으로의 한-일 관계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평가도 엇갈린다. 한-일 관계 전문가 4명의 견해를 들어봤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레임덕 타개하려 쓴 충격요법기본적인 외교관행 깨트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독도 방문은 첫번째로 국내 정치의 국면 전환용이다. 대통령이나 측근들은 현재의 레임덕이 지속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한 충격 요법을 쓴 것이다. 그동안, 이 정부는 외교 정책이 가치 동맹이라고 주장해왔는데, 결국은 상황 논리에 따라간 것이다. 둘째로는 이 대통령이 일본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까지 맺으려던 사람인데, 아마도 일본 정부의 태도에 실망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은 한-일 정보협정을 추진하고 군수지원 협정도 검토하고 있었는데, 일본은 이번에도 방위백서에 독도 문제를 넣는 등 성의있는 태도를 안 보였다.

서로 우호적인 나라 사이에서 가장 원하지 않는 상황은 깜짝쇼 같은 것이고, 그래서 늘 주요 사안을 협의해서 예측할 수 있게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이 대통령의 행동은 이런 기본적인 외교 관행을 깨뜨렸다. 일본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한국은 주변국과의 외교가 중요한데, 일본과의 관계는 더 어려워지게 됐다. 일본 민주당 정부가 대사를 소환하는데, 앞으로 자민당이 더할 것이다. 한-일간 군사정보협정은 물 건너갔고, 세 나라 공조를 추구해온 미국한테도 부담이 될 것이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독도-쿠릴열도 엄연히 다른데일, 비슷한 상황으로 이용할 것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전 대통령의 북방도서 방문을 벤치마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건 국제정세와 역사적 사실을 모르는 얘기다. 북방 4개 섬은 일본과 러시아 간 이미 분쟁지역임을 양쪽 모두 인정하는 지역이다. 한때 러시아가 4개 섬 중 남쪽의 2개를 일본에 떼어줄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한 적도 있다.

그러나 독도는 동도와 서도 중 어디 하나라도 내줄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 독도는 일본이 강점 침탈한 것을 우리가 되찾은 우리 영토이다. 시민단체가 가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을 규탄하는 주장을 펼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이 독도를 찾아감으로써 스스로 우리 영토인 독도를 북방 도서와 같은 상태의 분쟁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일본은 당연히 이것을 이용하려 들 것이다. "한국 대통령까지 와서 이러는 것을 보라. 북방도서나 센카쿠 열도와 같은 상황"이라면서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영유권 주장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근거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국내 정치적 고려를 떠나 역사적 시야와 외교적 관점에서 독도 문제를 다루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진창수 세종연 일 연구센터장

계획도 없이 너무 큰 칼 빼들어일본 앞으로 대응 수위 높일 듯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정서적으로 반대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외교 전략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우선 실효도 없이 일본을 자극해서 한국에 대한 비판 여론을 들끓게 할 필요가 없다. 필요하면 냉정한 계획을 세워 일련의 대응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한데 너무 일찍 큰 칼을 빼들었다. 독도 방문은 최종적인 카드의 성격이 있다. 그런데 모기 보고 소 잡는 칼을 빼든 격이다. 시기도 의문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이렇게 외교적 파장이 큰 문제를 일으킬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임기 안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일으켜서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게 됐다.

앞으로 일본은 대응 수위를 높일 것이다. 자신들이 동원할 대부분의 방법을 검토할 것이다. 벌써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검토하고 있지 않은가. 일본 우익들 입장에서는 이번처럼 독도 문제를 이슈화하기 좋은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앞으로 한-일 관계 관리가 중요한데, 당장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위안부나 징용자 문제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본이 유연하게 나오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당분간 냉각기가 불가피하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셔틀외교 못하게 된 것 아쉬워길게 끌면 양쪽에 득될 것 없어

한국에서는 최근 1년여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인해 일본에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졌다. 이 대통령은 일본에 해결을 기대했으나 일본이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결국 '한-일 우호관계'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일본을 때려서 손해 볼 것은 없다는 판단 아래, 임기말에 정권 지지율을 부양하는 카드로 쓴 듯하다.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카드를 꺼냈는데, 한국이 응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일본의 목적은 '한국이 국제 사법재판소의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국제 사회의 여론에 호소하려는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지금 그 이상의 뾰족한 카드가 없다.

한-일 셔틀외교를 못하게 된 것은 아쉽다. 누가 대통령 되느냐에 따라 영향받겠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독도에 가겠다는 입장이니, 여전히 갈등 소지는 있다. 그러나 한-일 모두 양국 관계가 아주 나빠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갈등하지만, 길게 끄는 것이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다. 한동안은 이 상황이 갈 것이지만, 한국 정부도 시간을 두고 이 사태를 넘어설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본다.

김규원 손원제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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