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진요 이어 티진요.. 또 도진 한국 집단의심病

2012. 8. 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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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멤버 왕따설 파장.. 나흘만에 회원 33만명

[동아일보]

회사원 A 씨(38)는 한때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회원이었다. 가수 타블로(본명 이선웅·32)가 미국 스탠퍼드대 학력을 위조했다고 확신했다. A 씨는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타진요 회원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하자 의심을 풀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 '티진요'(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새로 가입했다. 지난달 29일 개설된 이 커뮤니티에는 4일 만에 무려 33만2998명(1일 오후 7시 기준)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최근 티진요처럼 군중이 집단적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한국 특유의 사회병리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티진요의 결성은 지난달 30일 아이돌그룹 '티아라' 멤버 화영(본명 류화영·19)이 전속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는 "각자의 길을 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누리꾼들은 "화영이 왕따를 당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티진요를 개설한 뒤 왕따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 회원은 멤버들 사이에서 고개 숙인 화영의 사진을 게시판에 올린 후 "기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회원이 소속사 건물을 촬영해 올리다 그만두자 회원들은 "(이 회원이) 붙잡혀 갔다"는 글을 올렸다. "정부가 공공기관 민영화를 감추려 연예 이슈를 터뜨린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화영 자신이 지난달 31일 트위터로 "(논란 확산을) 멈춰 달라"고 당부했지만 의혹은 계속됐다. 1일 오후 현재 게시된 글만 11만3000여 건에 달한다.

이처럼 음모론이 확산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사실보다 소문을 신뢰하고 개인의 의문을 사회적 의혹으로 확산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라며 2010년 이후 많은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타진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온갖 증거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다른 '진실'을 요구하는 현상은 기성세대를 믿지 않는 문화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이 진학이나 취업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보니 좌절감이 커지고 집단적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집단관음증'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티진요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회원은 소수이며 상당수는 내용을 엿보기만 하려고 가입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홍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누리꾼이 집단으로 음모설을 제기하는 것은 '개똥녀' 등 특정인에 대한 공격처럼 논란이 되는 일을 찾아 누군가를 공격하며 자신은 위로받는 '놀이문화'로 볼 수 있지만 사회에는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채널A 영상] 온라인 달구는 티아라 사태…걸그룹 왕따, 실제로도 심각?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권오혁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최서영 인턴기자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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